해경 “피살 공무원, 실종 직전까지 도박… 현실도피 월북”

입력 2020-10-22 15:38 수정 2020-10-22 15:53

해양경찰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우리 공무원 이모(47)씨가 월북 직전까지 배에서 도박을 했었다고 발표했다. 동료·지인들로부터 받은 꽃게 구매 대금까지 모두 도박으로 탕진했고, 이로 인해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했다고 결론내렸다.

해경은 21일 인천 해양경찰청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실종자는 출동 전·후와 출동 중에도 수시로 도박을 하는 등 인터넷 도박에 깊이 몰입해 있었다”며 “도박 등으로 인한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의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해경은 이어 “각종 채무 등으로 개인회생 신청, 급여 압류 등 절박한 경제적 상황에서 출동 중 동료·지인들로 부터 받은 꽃게 대금까지 모두 도박으로 탕진하고 당직근무에 임했다”고 결론냈다.

해경에 따르면 이씨는 2019년 6월부터 실종 전날인 9월 20일까지 실종 전날까지 인터넷 도박계좌로 총 591회 송금(배팅)했다. 수억원 대의 인터넷 도박을 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특히 이씨가 실종 전날인 20일 오후 10시28분까지 도박계좌에 송금을 했다고 결론냈다. 이후 이씨는 21일 새벽 1시30분쯤 동료들에게 ‘잠시 문서 업무를 보고 나오겠다’며 조타실을 나갔고, 같은날 오전 11시 30분쯤 실종됐다.

이와 함께 해경은 이씨가 북측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에서 북측 민간선박에 자신의 인적사항을 밝히고 월북의사를 표명한 정황 등을 월북의 근거로 꼽았다. 해경은 “실종자가 이용한 부유물의 형태는 확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크기는 실종자의 무릎이 꺾여 발이 물에 잠긴 상태에서, 파도에도 분리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누워있을 수 있는 1미터 중반 정도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다만 해경은 이씨가 사라진 무궁화10호에서 보유 중인 부유물은 수량관리가 되지 않아 특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선미 밧줄 더미 속에서 발견된 검정 슬리퍼를 이씨의 것으로 특정한 이유로는 다른 직원들의 증언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무궁화 10·13호 직원들 모두 ‘자기 것은 아니다’고 주장하고, 이들 중 2명이 ‘무궁화13호 식당에서 TV를 볼 때 실종자가 신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이씨가 실종 전 실족했거나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해경은 “이씨 실종 당일 그가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는 닻을 내리고 정박한 상태였으며 당시 기상도 양호했다고”며 “이씨가 북측에서 발견될 당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정황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