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 해외 감독들도 고마워했죠”

입력 2020-10-22 14:20 수정 2020-10-22 14:28
BIFF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많은 감독이 ‘내 영화를 관객과 만나게 해줘서 고맙다’는 감사를 해외에서 전해왔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영화 산업의 컨베이어 벨트가 멈춘 상황에서 열리는 영화제로서 책임감이 큽니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을 총괄한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22일 본보와 만나 “우리 영화제가 영화 소통의 창구가 돼 국내외 영화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 우려와 기대 속에 21일 오프라인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를 향한 관심은 뜨겁다. 이날 오후 8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선보인 개막 축전에는 칸·베니스·베를린 등 세계의 응원이 이어졌다. 30일까지 68개국 192편을 선보이는 올해 영화제 초청작의 9할이 이미 팔려나갔다. 앞서 연기된 칸 영화제 선정작 23편 등 굵직한 작품들이 대거 초청되어서다. 남 프로그래머는 “상영관별 객석 25% 제한 등이 있긴 했지만 굉장히 고무적인 반응”이라면서 “신작에 대한 대중적 갈증이 상당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영화제는 홍콩 대표 감독 7명의 옴니버스 영화 ‘칠중주: 홍콩이야기’로 시작해 동명 영화를 애니메이션으로 각색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끝을 맺는다. 시국을 고려해 ‘위로’에 방점을 찍었다는 남 프로그래머는 “‘칠중주: 홍콩이야기’에서는 홍콩 영화에 대한 향수를,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는 원작과는 또 다른 따뜻한 향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미나리’ ‘트루 마더스’ ‘스파이의 아내’ 등 화제작이 부지기수다.

2014년 ‘다이빙벨’ 사태로 몸살을 앓았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숱한 난관을 꿋꿋이 극복하면서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도 코로나19에 오거돈 전 부산시장 불명예 퇴진까지 겹쳐졌지만, 영화 산업에 대한 책임감으로 행사를 지켰다. 남 프로그래머는 “팬데믹으로 인해 라인업과 게스트 초청 등 모든 것이 안갯속이어서 셀 수 없이 계획을 뒤집었다. 방역 계획까지 짜야 해서 예년보다 2배는 더 힘들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영화제 방역에 대한 현장 관객의 신뢰감도 높은 편이다. 영화제는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영화 상영을 제외한 모든 오프라인 행사를 취소했다. 감염내과 전문의와 함께 자문단을 구성해 방역TF도 상시 가동하고 있다. 손소독·발열체크 등 기본 방역부터 철저히 한다는 남 프로그래머는 “올해 영화제가 ‘방역 영화제’로서 좋은 선례를 남겼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2009년 영화제에 합류한 남 프로그래머는 지난해부터 수석 프로그래머로 영화제를 이끌고 있다. 2017년 타계한 거인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 프로그래머의 바통을 이어받은 그는 “영화제 크기보다 영화제 이유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12년 동안 프로그래머로 일하면서 가장 무서웠던 건 재능있는 감독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었어요. 작품성 높은 신인들을 누구보다 앞서서 발굴하는 영화제이길 바랍니다.”

부산=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