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 편의점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여성을 살해하고 현금을 훔친 20대 남성이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이 남성은 평소 인터넷 방송 BJ들에게 사이버머니를 선물하며 돈을 탕진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22일 강도살인과 사체은닉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29)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A씨는 “살해 후 가방에 있던 현금 1만원만 가지고 갔으며, 이후 현장을 다시 방문했을 때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울려 가져갔다”면서 “체크카드는 휴대전화 케이스에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위협을 받다 바로 옆에 있는 밭으로 떨어진 여성을 따라가 범행을 이어갔는데 처음 보는 젊은 여성이 돈이 많아 보였느냐”라고 물었고, A씨는 “가방에 돈이 있는 줄 알고 훔치려 했고, 살해할 생각은 없었다”며 “(흉기로) 위협을 하다가 놀라 찌르게 됐다”고 진술했다.
A씨 변호인은 범행을 인정한다고 밝혔으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도 의견을 내지 않았다. 재판부는 11월 16일 2차 공판을 열고 유족들의 입장을 듣기로 했다.
A씨는 지난 8월 30일 오후 6시50분쯤 제주시 도두동 민속오일장 인근에서 피해자 B씨(39·여)를 흉기로 위협해 현금을 뺏으려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직후 피해자 가방에 있던 현금 1만원을 훔쳐 달아난 A씨는 다음 날인 8월 31일 현장에 다시 찾아가 피해자 시신을 은닉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휴대전화와 체크카드를 훔쳐 달아났다.
A씨는 인터넷 방송 BJ에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사이버머니를 선물하다 수천만원의 빚을 진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피해자의 아버지는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A씨를 엄벌에 처할 것을 촉구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딸은 작은 편의점에서 매일 5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고 도보로 1시간30분 거리인 집까지 걸어서 귀가했다”며 “‘운동 겸 걷는다’고 했던 말과 달리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매일 걸어 다닌 것을 사건 후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피의자는 1t 탑차를 소유하고 택배 일도 했다는데 일이 조금 없다고 교통비까지 아껴가며 걸어서 귀가하는 여성을 뒤따라가 끔찍한 일을 벌였다”면서 “갖고 있던 흉기로 살인한 것으로 미뤄 계획 살인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내 딸이 아니었어도 누군가 그곳을 지나갔다면 범죄 피해자가 됐을 것”이라며 “또다시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엄벌에 처해 달라”고 강조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