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탈당에…여당은 “침뱉나” 조소, 야당은 “잘자란 청년”

입력 2020-10-21 17:44 수정 2020-10-21 18:18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적 소신파로 꼽히는 금태섭 전 의원이 “집권여당은 반대하는 사람도 설득하고 기다려서 함께 간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민주당을 전격 탈당했다.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포용하지 못하고 경직됐다는 금 전 의원의 비판이지만, 174석 거대 여당은 이날 그의 탈당마저 조소하는 반응을 쏟아냈다. 금 전 의원이 탈당 후에도 계속 정치할 뜻을 밝히면서 향후 정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 전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당론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 처분을 받고 재심을 청구한 지 5개월이 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이) 어떻게 해야 ‘가장 욕을 덜 먹고 손해가 적을까’ 계산하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 차라리 제가 떠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탈당 배경을 밝혔다.

그는 특히 “징계 재심 뭉개기가 탈당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며 당의 상황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무엇보다 편 가르기로 국민들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친일파로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이어 “우리 편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방에게는 가혹한 ‘내로남불’, 이전에 했던 주장을 아무런 설명 없이 뻔뻔스럽게 바꾸는 ‘말 뒤집기’의 행태가 나타난다”며 “우리는 항상 옳고, 우리는 항상 이겨야 하기 때문에 원칙을 저버리고 일관성을 지키지 않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여긴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금 전 의원은 “당의 지도적 위치에 계신 분들마저 양념이니 에너지니 하면서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눈치를 보고 정치적 유불리만 계산하는 모습에 절망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대표를 겨냥했다. “우리 편이 20년 집권하는 것 자체가 정치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될 수도 없다”며 20년 집권론을 주장한 이해찬 전 대표도 비판했다.

그의 탈당으로 징계 문제도 형식 상 종결수순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일단 떠나신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금 전 의원의) 충고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고만 했다.

민주당에선 금 의원의 탈당에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다.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남국 의원은 “자신의 이익과 자리만 쫓아 다니는 철새 정치인”이라면서 “내가 못 먹는 우물, 남도 먹지 말라는 못된 마음으로 침을 뱉고 떠난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의원은 “정치를 계속하겠다니 국민의힘행보다는 국민의당행을 권면한다”며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철수형(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이 외롭다. 이럴 때 힘을 보태주는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신동근 최고위원도 “그렇게 모르나? 책임 있는 당인으로서 정치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벌써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인물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이 금 전 의원을 영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정부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소신파 이미지에 중도색채가 강해 외연 확장과 경선 풀 확대 이점을 꾀할 수 있어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금 전 의원은) 탈당과 관계없이 만나기도 했던 사람이다. 한번 만나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금 전 의원을 ‘잘 자란 청년’으로 평가하며, 수시로 종종 식사를 함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현 이상헌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