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막은 택시기사’ 징역형… 유가족 “판결 아쉬워”

입력 2020-10-21 17:27
구급차를 막아 응급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논란의 당사자인 택시기사 최모씨가 지난 7월 24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응급환자를 실은 구급차에 고의적인 사고를 낸 혐의로 구속기소된 택시기사에게 1심 법원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사고가 난 구급차에 실려 갔다가 결국 사망한 환자 유가족은 아쉬움을 내비쳤다.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이유영 판사는 21일 사기·공갈미수·특수폭행·특수재물손괴·업무방해·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등 6개 혐의로 기소된 최모(31)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상시 긴박한 상황에 놓여있는 구급차를 상대로 보험금을 타내려고 한 최씨의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지난 6월 8일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서울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인근 한 도로에서 고의적으로 구급차를 들이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후 최씨는 “사고 처리부터 해라.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지겠다”며 구급차를 약 10분간 막아섰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7년을 구형하며 “잘못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폭력 전력 11회, 수년간의 보험사기 등 동종 수법을 반복했다”고 했다.

최씨는 몇 해 전에도 비슷한 수법의 범행을 저질렀다. 2017년 7월 8일 사설 구급차의 진로를 방해하고 고의로 들이받은 뒤 구급차 운전자를 협박해 보험금을 취득하려 했다. 이밖에도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경미한 접촉사고를 통해 지속적으로 보험금을 가져갔다.

재판부는 응급환자를 실은 구급차를 상대로 한 최씨의 범행 수법이 불량하고 죄질이 무겁다고 봤다. 이 판사는 “응급환자가 상시 탑승 가능한 사설 구급차를 상대로 고의적인 접촉사고를 내고 환자의 탑승을 확인했음에도 이송업무를 방해한 행위는 위험성에 비추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피해 보험사와 대부분 합의를 했고 뒤늦게나마 혐의를 인정한 점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사고 당시 구급차에 있던 응급환자가 뒤늦게 병원에 이송된 후 5시간 만에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최씨의 행위와 환자 사망의 인과관계는 이번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판사는 “구급차에 탑승한 환자가 사망한 결과와 (최씨의) 행위 사이 인과관계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지는 않았다”며 “환자를 피해자로 해 공소가 제기된 것은 아니므로 이는 법원의 판단 범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환자 유가족은 1심 결과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유가족 측 이정도 변호사는 “망인의 아픔을 반영한 판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가족 김민호씨는 “상대방 쪽으로부터 사과 전화도 한 번 받은 적이 없다”라고 했다. 환자 유가족은 지난 7월 30일 최씨를 살인미수 등 9개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이 변호사는 “고소한 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로부터 감정결과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며 “(사고와 환자 죽음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고 피고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