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거부자 대체복무 곧 시작… 복장에 계급장은 없다

입력 2020-10-21 16:34
대체복무요원의 근무복. 법무부 제공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이 교정시설에서 36개월간 합숙하며 급식과 물품 배부 등의 업무를 하는 대체복무가 26일부터 시행된다. 앞으로 3년간 총 32개 기관에서 1600여명이 대체복무요원으로 근무하게 된다. 법무부는 “복무 난이도는 현역과 유사한 수준으로 설정했고, 대체복무가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게 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올해 106명이 목포교도소 등 3곳에서 대체복무를 시작한다고 21일 밝혔다. 대체복무요원들은 대전 대체복무 교육센터에서 3주간 직무교육을 받은 뒤 교정시설로 옮겨 36개월간 합숙하며 일하게 된다. 이들이 맡게 될 업무는 급식(식자재 운반·조리·배식) 물품(영치품·세탁물 등 분류·배부) 교정교화(도서·신문 배부와 도서관 관리) 보건위생(중환자·장애인 생활 보조와 방역) 시설관리(구내외 환경미화) 등이다.

이영희 교정본부장은 이날 대체복무 시행과 관련한 법무부의 브리핑에서 “무기를 사용하는 등 강제력이 수반되는 업무는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시설 방호업무나 강제력이 필요한 계호 업무 등에는 대체복무요원이 배치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법무부는 그러면서도 “현역병과의 형평성을 고려했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무기를 휴대하지 않는 업무 가운데 그래도 힘든 업무를 골랐다”며 “세탁 등 처리할 일들이 끊임없이 많은데, 업무로 보면 힘든 업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체복무요원들은 교정시설 직원들과 같은 근무복을 지급받고 하루 8시간 근무한다. 계급이 없기 때문에 계급장은 따로 없다. 휴가와 외출 부분은 현역병과 유사하게 설계됐다. 정기휴가 청원휴가 포상휴가 등이 가능한데, 다만 외출은 현역병보다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고 한다. 이 본부장은 “현역병의 2배인 36개월을 복무하게 되기 때문이며, 사회 단절을 예방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체복무요원들은 평일 일과가 종료된 이후와 휴일에 휴대전화를 쓸 수 있다. 기관 내에서 자율적인 종교활동이 허용되며, 매월 인권진단이 실시된다. 법무부는 대체복무요원들의 복무 만족도를 정기적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전담 공무원도 지정했다. 예비군 대체복무 방안도 마련됐다. 대체복무를 마친 이후 6년차까지 대체복무 기관에서 3박4일간 합숙, 대체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이 교정시설에서 36개월간 합숙하며 대체복무를 하게 하는 병역법 개정안과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은 2018년 12월 입법예고를 거쳐 지난 1월부터 시행됐다. 헌법재판소가 2018년 6월 종교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는 않지만, 대체복무를 병역에 포함시키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이후 법무부는 대체복무준비단을 꾸렸고 생활관 시설 개선과 교육센터 신축 등을 추진해 왔다.

이 본부장은 1948년 교정본부 설치 이후 최초의 여성 교정본부장이기도 하다. 법무부는 이런 이 본부장이 대체복무제를 설명하는 점을 두고 “역사적인 날”이라고 했다. 이 본부장은 “대체복무제의 성공은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존 사회로 나아가는데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