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中대사 “BTS 상품 통관 금지는 사실무근”

입력 2020-10-21 16:19 수정 2020-10-21 18:09
장하성 중국 주재 한국대사가 21일 주중 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화상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베이징특파원단

장하성 중국 주재 한국대사는 21일 중국 해관총서(한국의 관세청)가 방탄소년단(BTS) 상품 통관을 제한하고 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해관총서로부터 사실무근이라는 확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장 대사는 또 최근 불거진 중국 내 BTS 보이콧 움직임과 관련해 중국 고위급에 여러차례 문제를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장 대사는 주중 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화상 국정감사에서 “윈다라는 물류 업체가 BTS 상품 배송 중단 공지를 올린 이후 두 업체가 추가로 배송을 중단했다는 보도가 있어 확인했다”며 “중단 조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워낙 민감하고 양국 국민 감정선을 건드릴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엄중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윈다는 지난 19일 한국지사 계정을 통해 “BTS 상품 배송을 잠시 중단한다”며 “원인은 우리 모두가 아는 것”이라고 공지했다. ‘우리가 모두 아는 것’은 BTS의 한국전쟁 70주년 관련 발언으로 해석됐고, 이후 또 다른 물류 업체 위엔통과 중통도 BTS 상품 배송 중단에 가세했다는 글이 웨이보 등에 퍼졌다.

특히 이들 업체 계정에는 “BTS 파문의 영향으로 해관총서가 인쇄품 등에 대한 감독을 엄격히 하는 새 지침을 마련했다”는 글이 올라와 중국 당국이 BTS 때리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장 대사는 BTS 배송 중단 상황을 묻는 거듭된 질문에 “오늘 아침까지도 중국 해관총서와 소통해 BTS 상품을 통관하지 않는 건 사실무근이라는 확인을 받았다”며 “이와 함께 이런 논란이 확대되지 않도록 상황 관리를 하겠다는 답변도 받았다”고 강조했다.

김홍걸 무소속 의원은 “중국에서 BTS 문제를 처음 거론한 집단은 소수의 극단주의자들, 우리로 치면 ‘일베’ 비슷한 집단”이라며 “그들의 과격한 주장을 선정적 보도를 일삼는 환구시보에서 받아 쓰고 그것을 우리 언론에서 마치 대다수 중국 국민의 정서인 것처럼 잘못 보도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장 대사는 “중국 국민 다수의 의견이라기보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주장”이라고 동조했다. 이어 “중국에서 애국주의 움직임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그 자체가 한국에 대한 반대라기보다는 미국과의 대립 속에서 부각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BTS는 지난 7일 한·미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밴 플리트상을 수상하며 “양국(한·미)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중국 일부 누리꾼은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표현이 중국을 모욕했다며 불매운동에 나섰고, 이를 민족주의 성향의 환구시보가 보도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장 대사는 이날 미국이 추진하는 다자안보협의체 ‘쿼드’(Quad)와 관련, 중국 외교당국으로부터 별다른 요청을 받은 건 없다고 설명했다. 장 대사는 ‘비공식 접촉에서도 언급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답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