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을 전후해 제주에 대규모 개발사업이 왕성하게 진행되면서 불과 10~15년 사이 ‘여의도 면적의 4배’가 넘는 농·초지가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가축 방목을 위해 해발 200~600m의 중산간 초원 지대에 조성된 마을 공동목장도 급감했다.
제주도가 제주도의회 김경미 의원(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제주 농·초지 개발 현황’에 따르면 도내 50만㎡이상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22곳)으로 사라진 농·초지 규모는 1231만8700㎡(373만3000평)로, 전체 개발사업부지(3666만8800㎡)의 34%를 차지했다. 여의도 면적(290만㎡)의 4.2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도내 22개 대규모 개발사업 가운데 농지 전용 비중이 가장 높은 사업은 ‘예래휴양단지’(93.2%)였다. ‘록인제주복합관광단지’(57.4%) ‘제주영어교육도시’(40.2%)가 뒤를 이었다. 초지 전용 비중이 가장 높은 사업은 ‘프로젝트 ECO’(97.6%) ‘아덴힐리조트’(95.7%) ‘애월국제문화복합단지’(93.8%)로 집계됐다.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제주지역 농·초지가 잠식되는 것은 2006년 제정된 제주특별법이 투자진흥지구, 관광지구, 골프장 등 관광진흥법 등에 따른 대규모 개발 계획 승인 시 토지 전용 절차를 의제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지전용의 경우 전용목적사업의 실현과 면적의 적절성, 농어촌 생활환경에 대한 피해방지 계획의 적절성 등 형식적이나마 심사 절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초지의 경우 대체초지 조성비 사업착수전 납부, 전용허가 목적외 사용금지 등 사실상 전용허가를 전제로 한 내용으로만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김경미 의원은 토지의 생태적·공공적 가치를 기준으로 전용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주의 농지와 초지는 공공적 가치가 크다. 특히 초지(1만5873㏊)는 전국 초지 면적의 48%를 차지하며 수자원 함양, 토양침식 방지, 대기 정화, 목초 생산의 가치를 두루 지니고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