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편하게 장사한다‘ 퇴직연금 변칙영업 성행… 은행은 거래처에, 대기업은 계열사에

입력 2020-10-21 15:56

국책은행과 대기업 계열 금융사의 퇴직연금 변칙 영업이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장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4대 시중은행과 기업은행·산업은행에 퇴직연금을 가입한 기업 중 대출을 낀 사업장 비중이 올해 6월 말 기준 50.2%로 절반을 넘었다고 21일 밝혔다.

대출을 끼고 있는 퇴직연금 가입사 비율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71.5%)과 기업은행(66.9%)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우리은행 51.2%, 하나은행 46.0%, 신한은행 38.8%, 국민은행 35.0% 순이었다.

윤 의원은 “은행 퇴직연금은 증권사나 보험사보다 수익률이 낮은데도 점유율은 줄곧 50%대로 유지됐다”며 “상품 경쟁력보다는 기업대출 영업망에 의존한 끼워 팔기가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퇴직연금 운용관리 회사 42곳 중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수익률은 지난해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기준 각각 31위(1.73%), 40위(1.47%)에 그쳤다.

은행이 거래처에 대출을 끼워 파는 동안 대기업 계열 금융사는 계열사에 몰아주고 있었다. 현대차그룹 계열 현대차증권과 삼성그룹 계열 삼성생명이 운용하는 DB형 퇴직연금의 경우 계열사 가입액 비중이 각각 87.5%, 61.7%로 전체 1,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역시 삼성그룹 계열인 삼성화재(37.8%)였다. 이어 각각 금융지주 계열인 하나금융투자(33.1%)와 신한생명(25.0%)까지 5위권에 올랐다.

금감원은 2015년 업계가 자율결의를 통해 계열사 몰아주기를 50% 이하로 유지하도록 했지만 위반 시에도 별도 제재는 없다. 윤 의원은 “민간 퇴직연금 운용사들이 일단 가입만 시키면 가둬놓은 물고기나 다름없는 퇴직연금 시장 현실에 안주해 변칙적으로 가입 유치에만 열을 올리고, 수익률 개선 경쟁에는 하나같이 성과가 없는 상태”라고 질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