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21일 일제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서 압류된 일본 기업의 자산이 현금화되면 한·일 관계에 매우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는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조금 진전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스가 총리는 인도네시아 방문 중 수도 자카르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그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일본 정부는 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징용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 소송에서 한국 대법원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주라고 최종 판결한 것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스가 총리도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을 통해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최근엔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전제로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우리 정부에 통보했다는 일본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남 대사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스가 총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다른 부분이 있다. 본인(스가 총리) 스스로 현실주의적인 어프로치(접근)를 하고 있다”며 강제징용 문제에서도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조금 진전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당국에서도 스가 취임 이후 경색된 한·일 관계에 변화가 감지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8일 한·일 ‘기업인 신속입국’ 절차가 시행된 데 대해 외교부는 일본의 신임 총리 선출이 일정 부분 영향을 줬음을 시사했다.
스가 총리의 측근인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의 요청으로 지난 18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만남을 가진 것 또한 양국 관계 회복의 물꼬를 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대표와 가와무라 간사장은 강제징용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등의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중·일 정상회담에 불참한다던 스가 총리는 이날 관련 질문에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처음으로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