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위독하셔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입원하셨는데 가족 모두가 미국에 있어서 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지난달 7일 강원도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원목실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같은 날 뇌출혈 질환으로 인해 중환자실에 입원한 임모(77)씨의 아들과 딸이 보내온 것이다.
병원으로부터 부친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가족들은 당장 한국에 들어올 수 없는 처지였다. 입국하려면 어린 자녀들의 여권 발급이 필요한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한국에 도착하더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자가격리 기간으로 인해 부친의 임종을 지켜볼 수 있을지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원목실 김기철 목사와 문애경 전도사는 부친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해주겠다고 가족에게 약속했다. 원 목사와 문 전도사는 이메일을 받은 날부터 매일 임씨를 찾아가 기도와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화상통화를 연결해 가족들이 임씨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왔다.
같은 달 26일 오후 “임씨의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는 소식을 접한 김 목사는 가족에게 이 같은 소식을 알렸고 가족을 대신해 임씨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미국에 있는 아들, 딸과 손자 5명도 영상으로나마 임종을 지켜볼 수 있었다.
가족들은 “저희 아버지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막막했는데, 병원 원목실에서 매일 같이 기도해주시고 위로해주셨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임씨의 아들과 딸은 부친의 생전 뜻에 따라 장기기증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장기기증은 불가능하고, 시신 기증만 가능하다는 병원 측의 답변에 따라 시신을 원주의과대학에 기증했다.
김 목사는 “어렵고 힘든 상황을 잘 해결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도움을 준 모든 분과 그들을 위해 사랑을 베풀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며 “임씨 가족들은 추후 국내에 들어와 장례식을 치른 뒤 베트남 참전유공자인 부친을 현충원에 모시기로 했다”고 말했다.
원주=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