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가정집 수돗물에서 정체불명의 유충이 연이어 발견됨에 따라 정부와 제주도가 긴급 역학조사에 착수했다. 국내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된 건 지난 7월 인천 ‘깔따구 유충’ 사태 이후 3개월 만이다.
환경부는 21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 주재로 제주도 부지사, 영산강유역환경청장, 한국수자원공사 등과 긴급 영상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지난 19∼20일 제주 서귀포시 서귀동과 보목동 주택에서 유충이 나왔다는 신고가 접수돼 제주도 상하수도본부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실제 샤워기 필터에서 실오라기 모양의 유충들을 발견하자 본격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는 유충이 발견된 두 곳 가정집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강정 정수장을 조사했으며 정수장 여과시설에서도 유충을 확인했다. 강정 정수장은 시설용량이 하루 2만5000t으로 서귀포시 지역 약 3만1000여명에게 수돗물을 공급한다. 환경부가 지난 7월 인천 ‘깔따구 유충’ 사태 당시 이곳의 여과지 시료를 채취해 유충 서식 여부를 확인했을 땐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수장의 여과 시설을 통과한 유충이 수도관을 타고 가정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가 공식 확인한 수돗물 유충은 2건이지만 이날 오전 4건의 신고가 추가로 접수됨에 따라 추가 발견 가능성은 남아 있다.
환경부는 한국수자원공사 영섬유역수도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유충 발생 정밀 역학조사반을 제주도에 파견해 발생원인 조사, 확산 방지, 모니터링 방법 등 대책을 논의 중이다. 역학조사반은 상황종료 시까지 활동하며 유충 발생원인, 발생원 차단, 공급계통 모니터링 등을 지원한다. 지난 7월 인천 수돗물 유충 발생 사태 당시 활동 경험이 있는 전문가 3명이 합류해 총 23명이 정밀 역학조사반 활동에 나선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 수돗물 유충은 지난 7월 인천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과 다른 종으로 파악됐지만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려면 며칠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 주민에게는 수돗물 사용 자제를 권고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유충이 발견된 여과지, 배수지 시설에 대해서는 긴급 청소를 시행하고 여과사 교체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