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주일새 독감 백신을 맞고 숨진 이들이 5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제주도가 백신 제조사와 로트번호(제조 일련번호)를 공개하지 않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배종면 제주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21일 독감백신을 맞고 사망한 60대와 관련해 “역학 조사 중이고 전화로 백신을 맞은 분들을 확인하고 있다”며 “제조회사 및 로트 번호를 공개하려면 백신 접종 후 숨진 사망자의 부검 등 원인이 완전히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제주도민 A씨(69)는 지난 19일 민간 의료기관에서 독감 백신을 맞은 뒤 호흡곤란 증상으로 병원에 옮겨졌다가 이날 오전 0시10분쯤 숨졌다.
배 단장은 A씨가 “백신에 의해 사망했다고 보고 접근해야 하지만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현장에서 백신이 사용되지 않도록 했으며 배달과정에 문제인지, 접종 과정의 문제인지를 전체적으로 통틀어 봐야 한다”고 밝혔다. 부검을 거쳐 명확한 사망 원인이 밝혀진 뒤에야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건당국조차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기댈 수 있는 건 선공개되는 관련 정보가 유일하다. 특히 로트번호는 하나의 개별 제품보다 큰 단위의 제조 일련번호로 병원에서 백신을 접종하면 전산에 기록이 남는다. 병원에 문의하거나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를 통해 사망자가 접종한 백신과 곧장 비교해볼 수 있다.
배 단장은 또 백신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하다가 갑자기 “로트번호를 모른다”고 말을 바꿔 빈축을 샀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