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일 찾아라” 250명 정리해고 여행박사 대표의 마지막 글

입력 2020-10-21 10:46 수정 2020-10-21 11:05

필수 인원 10명을 제외한 전 직원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NHN 여행박사’ 양주일 대표가 직원들에게 보낸 마지막 메일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양 대표는 메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손실 부담을 버티지 못해 대규모 인원 감축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회사의 사정을 전하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양 대표는 지난 10일 사내 조직장들에게 보낸 ‘마지막 메일일 것 같네요’라는 제목의 이메일에서 “몇 번을 쓰고 지웠는지 모른다”며 “그래도 잠시 함께 고민했던 조직장님들께 말씀은 드리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예의라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그냥 지금처럼 살다가 여행이 재개되면 다시 출근하고 일을 하면 좋겠지만 실낱같은 연을 유지하기에도, 회사가 숨만 쉬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재난은 오래갈 것 같다”며 “다른 일을 찾으라”고 말했다.

조금 기다린다고 해소될 상황이 아니라 여행업 자체의 미래가 어두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여행이 재개되더라도 다들 달릴 것이고 그럼 또 마이너스 경쟁이 될 것이다. 틀림없이 이 업계는 다운사이징으로 갈 것”이라며 암울한 진단을 내놨다.

또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받는 것과 관련해 “그게 뭐 정리해고지 희망퇴직이냐 하시겠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잔고가 없고 대출받아 지원하는 실정”이라며 회사의 재정 상황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위로금을) 두 달, 석 달 급여로 하고 싶지만 100만원이 100명이면 1억”이라며 “그놈의 그 알량한 돈이 없다”며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제정신으로는 한마디도 못 할 거 같아 술 좀 마셨다”며 “여러분만은 ‘그 사람 어쩔 수 없었을 거야’라고 생각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다른 곳에서 다른 이유로 다시 만나면 좋겠다”며 직원들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으로 메일을 끝맺었다.

중소 여행업체인 NHN 여행박사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회사 내 필수 인원 10명 정도만 남겨둔 채 나머지 250여명의 직원 감축을 결정했다. 희망퇴직 신청자들에게는 1개월 치 급여가 위로금으로 지급되며 11월 30일 자로 퇴직처리될 예정이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여행박사 측은 지난 8월부터 예약과 상담을 받지 않고 있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