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대주주 10억 유지·가족합산 폐지’ 개정안 발의

입력 2020-10-21 07:47 수정 2020-10-21 10:01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기존 10억원을 유지하고, 가족합산 조항은 폐지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해임 요청까지 불러온 정부의 대주주 요건 강화 방침에 야당이 제동을 건 것이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은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20일 발의했다. 법안에는 야당 의원 16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개정안은 기존에 시행령으로 규정돼 있던 주식 양도소득 과세 과정의 소유주식 비율·시가총액 등을 소득세법으로 끌어올렸다. 소유주식 비율·시가총액을 시행령이 아니라 법률로 규정해 정부 임의대로 수정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개정안에는 소득세법 제94조에 단서 조항을 신설했다.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을 10억원으로 설정하고 시행일을 내년 4월 1일로 잡았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안을 무력화하는 조항이다. 현재 주식 한 종목당 보유 금액이 10억원 이상일 경우 대주주로 규정해 양도차익에 22~33%(지방세 포함)의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3억원 이상’으로 대주주 기준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년 4월부터 주식 한 종목당 3억원 이상 보유한 주주도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세를 내야 한다.

여기에 주식 보유액에 대한 계산의 경우 주주 당사자는 물론 사실혼 관계를 포함한 배우자와 부모·조부모·외조부모·자녀·친손자·외손자 등 직계 존·비속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주식을 모두 합산한다.

개인투자자들은 대주주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경제 규모가 커지고 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는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또 ‘가족 합산’ 규정의 경우 ‘현대판 연좌제’라며 수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지난 5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까지 올라왔다(국민일보 2020년 10월 6일자 단독기사 참조). 이 게시글은 21일 오전 약 14만명의 동의를 얻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추 의원이 공동발의한 법 개정안에선 ‘주주 또는 출자자 1인’의 소유주식을 토대로 대주주 요건을 판단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가족합산 규정을 없애고 개인별로 과세하겠다는 뜻이다.

지난 7~8일 기재부를 대상으로 열린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에서 낮추는 정부 방안을 유예하는 데 일치된 의견을 제시했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대주주 3억원 요건을 유예할 뿐 아니라 가족합산도 개인별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에 정부는 대주주 기준 강화안(10억→3억원)은 예정대로 시행하되 가족합산을 개인별로 바꾸는 절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인별 기준으로 과세 기준이 수정될 경우 대주주 여부 판단은 가족관계와 무관하게 개인이 보유한 종목 평가액을 기준으로 이뤄져 개인투자자의 과세 부담도 적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22~23일 열리는 기재부 국감에선 여야가 다시 한번 대주주 기준 강화안을 두고 정부에 날선 질의를 할 전망이다. 홍 부총리가 수정된 입장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 안팎에선 아직 홍 부총리가 기존 정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