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와 관련해 야당 정치인과 검사들에게 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검찰 소환조사에 이틀째 불응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로비 의혹 등을 조사하기 위해 김 전 회장을 소환했지만 그는 연이틀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진행됐던 법무부 감찰 조사에 응했던 김 전 회장이 남부지검의 정식 수사는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김 전 회장은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에서 수사를 받는 게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김 전 회장 측은 “검사 비위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인데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법무부 감찰에서 충분한 설명을 했다”고 소환 불응 이유를 밝혔다. 수감 중인 김 전 회장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 고통스럽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법무부 감찰엔 응하고 검찰 조사엔 불응하는 김 전 회장의 행동이 의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던 검찰 수사의 신뢰성에 흠집을 내면서 향후 재판에서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어가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법무부 감찰에선 구두로만 이야기했겠지만 검찰에서 정식 수사를 하게 되면 사실 확인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불리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전 회장이 검찰 수사에 끝까지 응하지 않을지는 미지수다. 남부지검에서 새로운 전담 수사팀을 구성한 상황에서도 조사를 거부하면 본인이 폭로한 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김 전 회장의 옥중 입장문에서 정치권 로비 대상으로 지목됐던 윤갑근 전 서울고검장은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법에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김 의원은 전날 국회 법제사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김 전 회장이 언급한 술 접대 검사들 중 1명이 윤 전 고검장이라며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윤 전 고검장은 “김 의원이 허위 사실을 공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소송 제기 이유를 밝혔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