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검찰 소환 이틀째 불응… ‘의도된 전략’ 관측

입력 2020-10-20 20:23 수정 2020-10-20 20:25
5개월간의 도피행각 끝에 붙잡힌 1조원대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4월 24일 오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와 관련해 야당 정치인과 검사들에게 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검찰 소환조사에 이틀째 불응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로비 의혹 등을 조사하기 위해 김 전 회장을 소환했지만 그는 연이틀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진행됐던 법무부 감찰 조사에 응했던 김 전 회장이 남부지검의 정식 수사는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김 전 회장은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에서 수사를 받는 게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김 전 회장 측은 “검사 비위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인데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법무부 감찰에서 충분한 설명을 했다”고 소환 불응 이유를 밝혔다. 수감 중인 김 전 회장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 고통스럽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법무부 감찰엔 응하고 검찰 조사엔 불응하는 김 전 회장의 행동이 의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던 검찰 수사의 신뢰성에 흠집을 내면서 향후 재판에서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어가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법무부 감찰에선 구두로만 이야기했겠지만 검찰에서 정식 수사를 하게 되면 사실 확인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불리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전 회장이 검찰 수사에 끝까지 응하지 않을지는 미지수다. 남부지검에서 새로운 전담 수사팀을 구성한 상황에서도 조사를 거부하면 본인이 폭로한 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김 전 회장의 옥중 입장문에서 정치권 로비 대상으로 지목됐던 윤갑근 전 서울고검장은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법에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김 의원은 전날 국회 법제사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김 전 회장이 언급한 술 접대 검사들 중 1명이 윤 전 고검장이라며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윤 전 고검장은 “김 의원이 허위 사실을 공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소송 제기 이유를 밝혔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