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 독감백신 접종 70대도 사망… 커지는 불안

입력 2020-10-20 18:08

전북 고창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한 70대가 이튿날 숨진 채 발견돼 보건당국이 인과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올해 들어 독감 백신을 맞고 사망한 사례는 지난 16일 인천의 고교생에 이어 두 번째다. 아직 백신이 사망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백신을 맞기 두렵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일 전북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쯤 고창군 상하면 한 주택에서 A씨(78·여)가 숨진 채 쓰러져 있는 것을 주민 B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질병관리청은 이 같은 사실을 질병관리통합보건시스템으로 접수받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전날 오전 9시쯤 동네 한 의원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백신은 보령바이오파마 보령플루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백신은 상온 노출로 효능 저하 우려가 제기되거나 백색 입자가 검출된 제품은 아니다. 최근 인천에서 사망한 10대가 접종한 백신과도 다른 제품이라고 도 보건당국은 설명했다.

숨진 A씨는 홀로 살고 있으며 생전 고혈압과 당뇨 등의 기저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혈압약을 받기 위해 함께 병원에 가기로 전날 오후 약속한 뒤, 이날 아침 집에 방문했으나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전북도 보건당국은 “A씨 사망과 백신 접종과의 연관성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면서 “구체적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A씨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 절차도 유족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 관계자는 “현재까지 독감 백신 접종이 직접적 사망원인이라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면서 “해당 사안을 질병관리청에 보고하고 같은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에 대한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일한 백신 접종자 가운데 현재까지 이상 반응을 보인 다른 사례는 파악되지 않았다.

인천 고교생의 경우도 같은 백신을 맞은 환자 중 이상 반응을 보인 사례는 없었다. 질병청은 “사망자와 같은 병원에서 같은 날 제조번호가 같은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은 총 32명”이라며 “모두 이상 반응은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제조번호가 적힌 백신을 맞은 전체 인원은 이날 오후 1시 기준 8만2668건이었고, 이상반응은 3건 신고됐다. 알레르기 2건, 접종부위 통증 1건 등이었다.

시민들은 독감 백신을 맞아도 될지 불안해하고 있다. 올해는 독감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하지만 질병청은 현재까지는 국가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사망과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작업에 우선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부검을 진행 중인 인천 고교생의 사례에 대해 “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 관련성은 적을 것 같아 보이지만 사인은 미상”이라며 “추가 검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숨진 환자들이 맞은 백신에 대한 재검정과 국가 예방접종 사업 중단 등의 후속 조치 필요성을 검토해나갈 예정이다.

최예슬 기자, 전주=김용권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