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사이버테러는 러시아 소행… 북한에 뒤집어 씌웠다

입력 2020-10-20 17:49 수정 2020-10-20 18:14
존 데머스 미국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 UPI연합뉴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당시 사이버 테러의 주범이 북한이나 중국이 아닌 러시아 군 정보기관이었다는 미·영 당국의 발표가 나왔다.

19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이날 평창올림픽과 2017년 프랑스 대선, 우크라이나 전력발전 시스템 등에 대한 사이버 공격 혐의로 러시아 군 정보기관인 ‘정찰총국(GRU)’ 소속 요원 6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이들이 러시아의 지정학적 이익, 적국에 대한 징벌 등을 위해 작전에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도 GRU 산하 ‘74455’ 조직이 평창올림픽 개막 당시 사이버 공격을 수행했다고 발표했다. 영국 국가사이버안보센터는 발표 내용에 대해 95% 정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8년 2월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 중 조직위원회와 주요 파트너사들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메인프레스센터 IPTV가 꺼지고 홈페이지 접속 장애가 발생하는 등 혼란이 있었다. 공격 여파에 조직위 서버가 마비되면서 수송, 숙박, 선수촌 관리, 유니폼 배부 등 4개 영역 52종 서비스가 중단됐고 밤샘 복구 작업을 거쳐 12시간 뒤에야 정상화될 수 있었다.

존 데머스 미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이와 관련 “해커들은 평창올림픽 개막식 동안 경기를 지원하는 수천대의 컴퓨터 데이터를 지워 작동 불능 상태로 만드는 ‘올림픽 파괴자(Olympic Destroyer)’ 악성코드 공격을 감행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74455부대는 평창올림픽 관련 웹사이트를 파괴해 관중들이 입장권을 입쇄출력하지 못하게 막고, 관중석 광고판 와이파이를 교란시키기까지 했다.

미·영 당국은 러시아 정부 주도 선수단 도핑 시도가 적발되면서 러시아 선수들이 자국 국기를 달고 올림픽에 참석하는 게 금지되자 러시아 군 당국이 직접 이에 대한 보복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의 평창올림픽 사이버 공격은 자국 선수단 도핑 실태를 조사하려는 국외 기관들을 협박하고 침투하려는 그들의 의지를 예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러시아는 올해 여름 열릴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에도 사이버 공격을 가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74455부대는 자신들의 신분을 북한과 중국 해커들로 위장한 채 활동했다. 데머스 차관보는 “그들(러시아)은 자신들의 공격을 북한에 뒤집어씌우려 했다”며 “이는 심술이 난 어린아이의 정서에 국가 자원을 결합시킨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