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승진 성차별 ‘끝판왕’은 금융권? 9곳 중 8곳 여성 임원 ‘0명’

입력 2020-10-20 17:23

국내 금융 공공기업 임원의 성비 불균형이 심각하고 남녀 임금격차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공공기관 9곳 중 8곳은 여성 임원 수가 ‘0명’이었다. 전체 공공기관의 여성 임원 비율보다도 크게 적은 데다 현 정부의 양성평등 방침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20일 정무위원회 소속 정의당 배진교 의원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산업은행, 기업은행, 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민금융진흥원 9곳의 지난해 기준 평균 여성 임원 비율은 3.5%에 불과했다. 특히 한국자산관리공사(여성 임원 2명)를 제외한 8곳에선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었다.

금융 공공기관에서 1~2급인 여성 직원은 3.2%였고, 3급 이상도 14.9%에 그쳤다.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3급 이상 여성 직원은 3.1%에 머물렀다. 금융감독원, 신용보증기금, 한국주택금융공사, 서민금융진흥원에선 1급 여성 직원이 한 명도 없다.

금융 공공기관 임원의 성비 불균형은 전체 공공기관과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정부가 발표한 ‘2020 공공부문 균형인사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공공기관의 여성임원 비율은 21.1%다. 여성 관리자 비율도 25.1%였다.

한편, 이들 기관의 남성 대비 여성의 임금은 평균 71.3%였다. 남성이 임금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71만3000원 버는 데 그친다는 뜻이다. 가장 큰 임금 격차를 보인 곳은 예금보험공사로 여성 직원이 남성 대비 61.1%의 임금을 받고 있다. 여성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도 9.5년으로, 남성(14.4년)에 비해 훨씬 짧았다. 배 의원은 “출산과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과 단단한 ‘유리천장’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은 금융권이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양성평등 임원임명목표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공공부문 균형인사 연차보고서에는 “공공기관의 경우 여성 임원 임명 목표를 수립·이행하도록 하고, 이를 경영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명시돼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