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20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감사 결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조직적 개입을 확인했지만, 형사 고발 조치나 고강도 징계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 경제성 평가 과정의 배후로 지목돼 감사를 받았던 채희봉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은 징계 대상에서 빠졌다. 또 책임자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게도 형식적 수준의 징계만 내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이 이날 문책성 징계 조치를 내린 것은 4명이다. 감사원은 백 전 장관에 대해 “경제성 저평가를 알고도 방치한 것은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면서 “2018년 9월 퇴직한 바 있어 비위내용을 재취업과 포상 등을 위한 인사자료로 활용하고, 인사혁신처에 통보해 공직후보자 등의 관리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라”고 결정했다.
한수원 사장에 대해서도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 저해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엄중 주의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감사원은 한수원 이사들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의결한 것에 대해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경제성 평가 과정을 보고받은 채 전 비서관에게도 별다른 책임을 묻지 않았다.
책임자들에게 형식적 징계가 내려진 것과 달리 자료 삭제 등에 나섰던 실무직원들에 대해서는 경징계 이상이 내려졌다. 지난해 11월 감사원의 감사를 앞두고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무단 삭제하도록 지시하고 삭제한 산업부 국장과 부하직원에 대해 감봉, 견책 등 최소 경징계 이상의 징계를 요구했다. 당초 이들을 형사 고발할 것이라던 관측과 달리 감사원은 “문책 대상자들의 자료삭제 및 업무 관련 비위행위 등과 관련해 수사기관에 수사참고자료를 송부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최 원장이 현 정부여당의 압박과 정권 핵심 하수인들의 저항으로 국가정책 결정 과정의 위법적 행위를 밝혀내고도 이 같은 결정의 최종 배후, 법적 책임을 밝혀내지 못한 점에 주목한다”며 “감사원 감사과정에서 드러난 감사 방해와 증거 인멸에 나선 산업부와 한수원 관계자들을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