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끌었지만 ‘반쪽짜리’ 월성1호기 감사…경제성 평가만 부당

입력 2020-10-20 17:05
최재형 감사원장이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정부가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원자력발전소 가동에 따른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탈원전 정책’ 논란의 핵심 쟁점인 조기폐쇄의 타당성 여부는 감사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을 비껴갔다.

국회가 감사를 요구한 지 386일만이자 지난 2월말 법정 감사시한을 넘긴지 8개월여 지난 감사 결과가 사실상 반쪽짜리 결과를 내면서 감사원이 탈원전정책을 추진한 정부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재인정부 탈원전 정책의 실효성을 가늠할 잣대로 활용될 월성1호기 감사 결과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논란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감사원은 20일 공개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보고서에서 원전을 계속 가동할 때를 전제하고 실시한 경제성 평가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은 전력 단가를 책정해 원전을 계속 가동하면 전기판매수익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특히 감사 결과 이런 경제성 평가가 나오기까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월성1호기 조기폐쇄로 방침을 정한 산업부가 1호기의 경제성을 낮추는 평가 과정에 개입했고, 한수원 이사회가 이를 근거로 즉시 가동중단이란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당시 총책임자였던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은 이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 데도 이를 내버려 뒀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후 감사 과정에서 산업부 직원들은 사실상 조직적으로 월성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등 감사를 방해하는 행위도 벌였다.

감사원은 한수원에 대해서도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폐쇄시기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지 않으면서 한수원 이사회가 즉시 가동중단 외 다른 대안을 검토하지 못하고 심의, 의결토록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조기폐쇄를 의결한 한수원 이사들에 대해선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감사원은 국회가 감사를 요구한 경제성 평가를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여부는 감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 그 일환으로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추지하기로 한 정책 결정의 당부(當否)는 이번 감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은 감사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직무감찰규직 제4조를 근거로 들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가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연관된 인사들에 대한 감사원의 직접적인 고발도 없었다. 백 전 장관에 대해선 이번 감사 결과가 재취업, 포상 등에 불이익을 주는 자료로 활용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인사자료 통보’ 조치만 내렸다. 정 사장에게는 엄중 주의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 결과는 일부 절차 미비에 따른 기관경고와 관련자 경징계뿐”이라며 “소모적 논쟁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시작된 탈원전 정책은 국정농단으로 드러났다”며 “탈원전 명분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