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 폐기된 상품권 재사용에 현금 ‘깡’도 여전…소진공 “개선 노력하겠다”

입력 2020-10-20 16:48 수정 2020-10-2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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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상품권 발행액이 크게 늘었지만 관리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는 이른바 ‘깡’도 암암리에 이뤄지는 데다 폐기된 상품권까지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온누리상품권을 할인판매 하면서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으나 관리 시스템은 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억800만원, 2017~2018년 2억1600만원 규모의 온누리상품권이 부적절한 방법으로 유통됐다.

부정유통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정상적으로 구매 거래가 이뤄진 뒤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깡’으로 환전이 이뤄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16년 이후 확인된 부정유통 현황은 ‘환전대행가맹점 부정환전’(2억200만원) 규모가 가장 컸고, ‘개별가맹점 부정환전’(1억1000만원), ‘가맹취소 후 부정환전’(1200만원) 등이었다.

이런 식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강훈식 의원실에 따르면 제주의 한 새마을금고 직원이 2016~2018년 가족과 지인 등 수십명 명의로 온누리상품권을 할인된 가격에 산 뒤 식당 등에서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 3500여만원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 대구의 한 신용협동조합 이사장은 조합원 34명의 신분증을 도용해 2년여 동안 상품권 3억2000여만원을 불법 대리 구매한 뒤 1700여만원의 차익을 챙기기도 했다. 현장에선 적발된 사례보다 더 많은 액수가 부정유통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폐기된 온누리상품권이 시중에 다시 유통되는 일도 드물지만 반복되고 있다. 2018년 폐기된 온누리상품권 114장이 다시 유통된 일이 적발되자 소진공은 지난해부터 상품권 폐기 주체를 용역업체에서 금융기관으로 바꿨다. 그럼에도 3곳의 금융기관이 폐기한 상품권 4장이 시중에 다시 유통되면서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기 상품권이 다시 유통돼도 금융기관은 경고 조치 등의 가벼운 제재만 받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19일 국감에서 조봉환 소진공 이사장은 “온누리상품권은 유가증권이기 때문에 우리 공단 문제 중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임무로 생각한다. 철저히 체크할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누적 4조원 규모의 온누리상품권을 발행할 계획인데 실제 시장에서 상품권이 사용된 비율은 지난해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8월말까지 3조905억원의 온누리상품권이 발행됐고 상인들에게 현금으로 돌아간 규모는 1조9375억원이었다. 전체 발행액의 62.7%만 쓰인 것이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