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다고 결론 내렸다. 조기 폐쇄 결정 타당성 평가에는 변동 사항이 없어 월성 1호기는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20일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감사한 결과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발표했다. 다만 조기폐쇄 의결 과정에서 한수원 이사들이 개인적 이익을 취하지 않아 업무상 배임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월성 1호기는 지난해 12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영구정지를 승인받았다. 현재는 원자로에서 연료와 냉각재를 모두 뺀 상태로 폐로를 앞두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연료를 주입하고 기본 정비를 거치면 재가동이 가능하다.
다만 업계는 현실적으로 재가동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조기 폐쇄 타당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면서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한수원도 동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월성 1호기는 지난 2012년 부품을 교환해 기술적으로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봤다.
행정 절차도 걸림돌이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에는 영구정지 원전 재가동과 관련한 조항이 없다. 여당이 과반인 상황에서 국회가 원전 재가동을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낮다.
월성 1호기의 재가동을 위해서는 한수원이 월성 1호기 재가동을 이사회에서 의결하고 원안위에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안전성 심사, 전문위원회 검토 등의 과정을 거치면 최소 1년이 소요된다.
월성 1호기의 운영허가 기간은 2022년까지다. 지금 당장 재가동 준비 절차에 들어가 내년에 다시 가동을 시작하더라도 월성 1호기가 실질적으로 가동될 수 있는 기한은 1년 정도인 셈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한수원이 가동운전기한을 10년 더 연장하겠다고 원안위에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할 수는 있다”면서도 “현 상황에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한수원은 2009년 월성 1호기의 운전기한을 10년 늘리는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원안위가 이를 2015년 허가하면서 월성 1호기의 운전 기한은 2022년으로 연장됐다. 하지만 한수원이 2018년 조기 폐쇄 결정을 내리면서 운전기한 연장은 무의미해졌다.
정 교수는 “이번 감사원의 결론으로 원전의 경제성이 한 번 더 확인됐다”며 “탈원전 정책에 대해 정부가 한 번 더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 환경 차원에서 탈원전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인식 조사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영구정지가 결정된 국내 원전은 월성 1호기와 고리 1호기, 총 2기다. 한수원은 지난 6월 고리 1호기 해체 계획서 초안을 제출했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원전은 총 24기며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는 건설 중이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