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5개월만의 복수’ 가능할까…더 강력해진 멕시코는

입력 2020-10-21 06:00
이탈리아 세리에A SSC나폴리 소속의 멕시코 공격수 이르빙 로사노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스타디오산파올로에서 열린 리그 경기에서 아탈란타BC를 상대로 선제골을 넣은 뒤 자축하고 있다. 로사노는 2018년 월드컵에서도 조별예선 경기에서 한국을 상대로 활약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한민국 축구 남자 국가대표팀이 다음달 15일 상대할 멕시코 대표팀을 향해 외신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새 감독의 지도력과 함께 선수들의 고른 활약으로 앞선 평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멕시코가 현재 구할 수 있는 평가전 상대 중 최상급의 전력을 보유한만큼 해외 활약 중인 우리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할 기회로 보고 있다.

20일 축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멕시코 대표팀은 이미 평가전 장소인 오스트리아 현지 정부에 선수단을 지난주 출입 등록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출전할 선수들이 정해졌다기보다 이들을 포함한 선수단 풀을 등록해놓은 듯하다”고 말했다. 멕시코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7일 유럽의 강호 네덜란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0대1 승리, 지난해 아프리카네이션스컵 우승팀 알제리와의 13일 경기에서 2대2 무승부를 거뒀다.

외신들은 멕시코의 경기력을 호평하고 있다. ‘타타(tata·아버지라는 뜻의 스페인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헤라르도 마르티노 감독이 팀 전술을 완성단계에 올려놨다는 설명이다. 마르티노 감독은 과거 스페인 라리가 FC 바르셀로나와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던 인물로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상대했던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 뒤를 이어 지난해 취임했다. 부임 뒤 성적은 17승 2무 1패다. 지난해에는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골드컵을 우승했다. 극성스럽기로 악명높은 멕시코 현지 언론도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그를 전폭 지지하고 있다.

날카로워진 창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턴 원더러스의 공격수 라울 히메네즈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상대 수비 칼빈 필립스와 공을 다투고 있다. AFP연합뉴스

멕시코가 강해졌다고 주로 평가받는 건 공격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울버햄턴 원더러스 소속으로 해외축구팬들에게도 익숙한 공격수 라울 히메네즈를 비롯해 이르빙 로자노(SSC나폴리), 헤수스 코로나(FC포르투), 디에고 라이네즈(레알 베티스)까지 유럽파 측면 공격수 3인방의 활약이 좋다.

중앙 공격수 히메네즈는 최근 대표팀 경기에서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마르티노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상대 수비를 골문에서 멀어지게 하면서 침투하는 측면 아군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주거나 2선과 연계하는 능력을 갖췄다. 멕시코 현지 팬들에게 ‘테카티토’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측면 공격수 코로나는 특히 지난 2차례 평가전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지난 몇년간 정체기였다는 평가도 있으나 지난 시즌 포르투갈 리그에서 리그 올해의 선수상을 받을 정도로 최근 기세를 끌어올렸다. 속도보다는 정적인 상태에서 수비를 제껴내는 섬세한 발기술이 장점이다.

2018년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한국 대표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측면 날개 로사노는 최근 살아나고 있다. 나폴리로 이적한 뒤 지난 시즌 39경기 5골 2도움으로 기대에 못 미쳤고 대표팀에서도 좀체 선발 출전하지 못했지만 올 시즌은 리그 3경기 4골로 기세가 무섭다. 20세의 왼발잡이 기대주 라이네즈는 소속팀 베티스에서 좀체 출장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으나 알제리와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으며 자신감을 쌓았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각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따지면 선수단의 수준은 2018년 월드컵 당시보다 소폭 상승했다”면서 “(선수단 구성 면에서) EPL에서 뛰는 히메네즈는 확실한 상승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엑토르 에레라(아틀렌티코 마드리드), 안드레스 과르다도(레알 베티스) 등 당시 주역들은 그 사이 나이를 먹으면서 소속팀에서의 출장 기회가 예전보다 줄어든 상태”라고 덧붙였다.

‘안정 속 실험’ 추구하는 마르티노
포르투갈 리그 FC 포르투 소속 헤수스 코로나가 지난 17일(현지시간) 호세 알발라데 경기장에서 열린 스포르팅 리스본과의 리그 경기 중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팔색조’라 불리던 전임 오소리오에 비해 마르티노 감독은 확실한 ‘플랜A’ 전술을 중시하는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네덜란드전에서 평소 써오던 4-3-3 전형으로 단단한 전력을 보였던 마르티노 감독은 이 전술이 완성 단계라는 판단 하에 뒤이은 알제리와의 평가전에서 공격적인 5-3-2와 3-4-3을 넘나드는 전형을 실험했다. 디애슬레틱은 과거 마르티노 감독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아틀란타 유나이티드 감독 시절 리그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전술과 비슷했다고 분석했다.

이 경기에서 멕시코는 공을 잃었을 때 수비형 미드필더 루이스 로모(케레타로FC)가 센터백 사이로 들어가 수비할 공간을 점유, 양 윙백이 쉽게 전진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알제리의 주요 전력인 양 날개 리야드 마레즈(맨체스터 시티)와 이스마엘 베나세르(AC밀란)을 막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공을 잡았을 때는 3-4-3식 전형으로 전환, 측면 공격수인 코로나와 로돌포 피자로(인터마이애미CF)가 양 날개와 중앙을 오가며 중원싸움에 힘을 보탰다.

멕시코가 한국과의 경기에서 어떤 선수를 내세울지는 3주 남짓 남은 현 시점에서 아직 미지수다. 네덜란드전까지 써왔던 4-3-3 전형으로 보다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할지, 알제리전처럼 또다른 전술 실험을 벌일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중원싸움을 중시하는 기조는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마르티노 감독은 알제리와의 경기 뒤 “우리 플레이 방식을 완전히 바꾼 건 아니다. 시스템을 바꿀 수 있지만 스타일 자체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호와의 싸움에서 최상의 전력을 가동한 뒤 치르는 경기이기 때문에 한국전에서 기존 선발보다 후보 자원을 시험 기용할 가능성도 있다.

대표팀, ‘복수’보다 중요한 과제는

멕시코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한국 대표팀의 멕시코 상대 역대 전적은 4승 1무 7패로 열세다. 첫 대결인 1980년 승리했지만 이후 1998년까지 6번 대결해 5번을 지고 1번 비겼다. 4번의 승리는 2001년부터 2006년 사이 거둔 것으로 이후 두 차례 경기에서는 졌다. 특히 1998년 프랑스 월드컵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당한 조별예선 패배는 각각 대회 16강 탈락에 결정적이었기에 국내 축구팬들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대표팀에게 이번 평가전은 지난해 11월 브라질과의 경기 뒤 1년만에 치르는 유럽 해외파 포함 평가전이다. EPL 득점 선두를 달리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준수한 활약 중인 황희찬(RB 라이프치히)도 있지만 소속팀 입지가 흔들리는 황의조(보르도), 다소 불안한 모습의 이강인(발렌시아 CF) 등의 기량도 점검해야 한다. 당장의 속시원한 승리보다는 1년 넘게 발을 못 맞춘 대표팀 선수들이 파울루 벤투 감독의 지휘에 따라 세계 수위권 전력의 팀을 상대로 본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일정 때문에 K리그 선수진 차출이 원만할 수만은 없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ACL 대회가 열리는 카타르와 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오스트리아 모두 입국 뒤 자가격리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에 스케줄상 문제는 없지만 선수들의 피로도가 상당할 전망이다. K리그 구단들의 ACL 일정은 대표팀 경기 엿새 뒤인 다음달 21일부터 시작한다. 대표팀에 다녀온 주요 선수들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구단 입장에서는 한 해 마지막 남은 농사를 망치는 꼴이 된다. 이날 구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K리그 팀들은 ACL 경기가 열리는 카타르 현지에서 모두 한 호텔을 쓸 예정으로 알려졌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