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키 170㎝ 이상에 미혼자만 응시할 수 있다’는 식으로 신체적 조건, 미혼 조건 등을 제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또 내년에는 자녀 양육이 필요할 때만 가능했던 육아휴직을 임신 중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2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남녀고등평등법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모집·채용 과정에서 여성 근로자에 대해서만 채용 시 신체적 조건, 미혼 조건 등의 제시를 금지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여성 근로자’에 한해 모집·채용 시 신체적 조건, 미혼 조건 등 제시를 금지하던 것을 ‘모든 근로자’로 확대했다.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공포일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근로자에 대해서도 고용상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방지하려는 조치”라며 “다만 직무수행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 신체조건 등을 묻는 행위는 법 위반에 해당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내년에는 근로자가 원하면 임신 중에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현행법상 임신 중 여성 근로자가 출산 전에 사용할 수 있는 제도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과 ‘출산 전후 휴가’ 등이 있다. 그러나 두 제도는 고위험군 임신 근로자의 유산·사산 위험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은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 출산 전후 휴가는 출산 전 최대 44일까지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는 유·사산 위험이 있는 임신 중 여성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임신기에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근로자는 육아휴직 총 기간(1년) 범위 내에서 사용 가능하며 임신 중 사용한 육아휴직은 분할 횟수에서 차감되지 않는다. 임신 중 육아휴직 허용은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6개월 후 시행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위험군 임신 근로자의 유·사산을 예방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같은 비상 상황에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