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제1야당인 국민의힘 의원과 설전을 벌이며 “비판하려면 합리적 근거를 갖고 해야 한다”면서 정면으로 맞섰다.
20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지사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지사가 페이스북에 언급한 ‘국민의짐’ 표현을 두고 험악한 분위기까지 연출하며 설전을 벌였다.
이 지사는 한 국민의힘 의원의 “경기도 정책 홍보비가 250억원을 웃도는 등 과다하게 지출됐다”는 지적과 관련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5만원 일식 먹고 된장찌개 먹은 10명을 밥값낭비라 비난하니, 국민의짐이라 조롱받는 이유”라며 “정보왜곡과 선동으로 여론조작 하던 시대는 지났지만,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여전히 국민을 선동에 놀아나는 하찮은 존재로 아는 모양”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발단은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이 지사가 페이스북에서 표현한 ‘국민의짐’을 언급하며 “국회에 대한 태도에 대해 할 말 없느냐”며 “제1야당에 대한 예의를 지켜달라”고 공세를 폈다.
이 지사는 “제가 ‘국민의짐’이라 한 게 아니고 ‘국민의짐이란 조롱을 듣는 이유’라는 취지로 한 말”이라며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맞받아 쳤다.
이에 박 의원이 다시 “너무 정치적이지 않느냐”며 “큰 일을 하실 분이고 큰 뜻 가진 분이라면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 제1야당에 국민의짐이 뭐냐. 다른 당에 대해서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도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이 지사는 “그런 얘기를 들을 정도로 하시면 안 된다는 충고를 드린 것”이라며 “평소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도정을 비판하려면 합리적 근거를 갖고 해야지 ‘남 전 지사가 쓴 예산을 올려놓고 두 배 썼다’고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재차 강하게 맞대응 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국토위 간사 송석준 의원이 “명확한 당 이름이 있는데도 국민의짐이라는 조롱 어린 용어에 대해 ‘뭐 잘못된 게 있느냐’고 말씀하시는 건 국민으로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며 이 지사 공격에 가세했다.
국민의힘 의원 쪽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며 감사장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감사반장인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이 나서서 “원활한 감사를 위해 유감 표명 등을 해달라”고 했다.
이 지사는 “사과는 마음에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후 “‘그러지 않길 바란다’는 선의에서 한 말인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 상처받을 수 있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설전은 일단락 됐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