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축소된 부산국제영화제, 티켓팅은 ‘전쟁’

입력 2020-10-20 15:24 수정 2020-10-20 15:25
영화 '칠중주: 홍콩이야기'.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21일 드디어 10일간의 여정에 돌입한다. 코로나19 시대 이례적으로 오프라인 깃발을 든 부산영화제는 예년과 비교해 축소된 규모에도 국내외 영화인들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올해 영화제가 오프라인 개최를 결정하기까지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앞서 칸 국제영화제를 비롯해 크고 작은 세계 유수의 영화제들이 줄줄이 취소됐다. 부산영화제도 어그러질 뻔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2주가 밀렸던 영화제는 불과 일주일 전까지도 취소를 타진 중이었다. 다행히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조정되면서 오프라인 개최로 가닥을 잡았다.

불가피한 상황으로 규모는 대폭 축소됐다. 대개 300여편이던 초청작이 올해는 68개국 192편으로 줄었다. 국내외 톱스타·거장이 레드카펫을 수놓는 ‘영화제의 꽃’ 개·폐막식도 없어졌다. 그래서인지 개막을 하루 앞둔 20일 부산 센텀시티 영화의전당 주변은 들뜨지 않고 조용했다. 관객 동선을 일원화하기 위해 영화의전당 곳곳을 에워싼 펜스에서는 비장함도 묻어났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전당. 강경루 기자


결론부터 말하면 올해 부산영화제는 ‘안전한 영화 상영’에 총력을 쏟은 행사다. 영화제는 방역을 위해 상영관을 영화의전당 내 야외극장·하늘연극장·중극장·소극장·시네마테크·인디플러스 6개로 한정했다. 그래서 영화당 상영횟수도 각 1회씩으로 줄어들었다. 관람 인원도 상영관별 수용인원 25%로 제한했으며 4000~6000명 규모의 야외극장도 회차마다 약 600명만 들이기로 했다. 현장 매표소 운영 대신 공식 홈페이지 및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BIFF에서 모바일 티켓 발권만 가능하다.

아시아프로젝트마켓·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등 관련 행사도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2주 자가격리 등으로 해외 게스트 초청이 어려워져서다. ‘게스트와의 만남’ 역시 국내 감독·배우 위주로 45차례 정도만 소규모로 이뤄진다. ‘미나리’의 윤여정·한예리, ‘사라진 시간’ 정진영 감독 등이 부산을 찾고, ‘미나마타 만다라’ ‘시티홀’ ‘먼바다까지 헤엄쳐 가기’ ‘트루 마더스’ 등 해외 작품은 온라인에서 관객을 만난다.

영화 '미나리'.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이처럼 축제 성격 영화제 행사가 전부 축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됐는데도 관심은 불이 붙었다. 초청작 라인업에 앞서 정상 개최되지 못한 세계 영화제 수상작·화제작이 대거 포진해 있어서다. 지난 15일 오후 2시 표 판매와 동시에 화제작은 매진됐고 단 2시간 만에 상영작 전체의 7할이 팔려나갔다. 영화제 사이트는 네티즌의 접속이 몰려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티켓팅에 실패한 관객들은 취소 표를 잡기 위해 수시로 예매 사이트를 드나드는 중이다.

화제의 중심에는 개·폐막작이 있다. 개막작은 훙진바오(홍금보) 안후이(허안화) 패트릭 탐(담가명) 위안허핑(원화평) 린링둥(임영동) 조니 토(두기봉) 쉬커(서극) 등 홍콩을 대표하는 감독 7명의 단편을 엮은 ‘칠중주: 홍콩이야기’다. 10~15분 남짓의 짧은 분량이지만 1950년대 이후 홍콩 사회의 이면이 거장들의 추억을 빌려 오밀조밀하게 풀어진다. 앞서 칸 영화제에 선정됐으며 21일 오후 8시 야외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폐막작으로는 타무라 코타로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뽑혔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동명 영화를 애니메이션화한 작품으로 두 청춘의 사랑과 이별을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낸 영화는 2004년 국내 개봉해 큰 인기를 끌었었다. 따뜻한 성장영화로 표현된 이번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카우보비 비밥’ ‘강철의 연금술사’ ‘스페이스 댄디’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등 유명 애니메이션을 선보여온 스튜디오 본즈가 참여했다.

이밖에도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사탄은 없다’, 일본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의 ‘스파이의 아내’ 등에 기대가 쏠린다. 리 아이작 정 감독의 ‘미나리’, 데아 클룸베가쉬빌리의 ‘비기닝’, 미나 케샤바르츠의 ‘생존의 기술’, 가와세 나오미의 ‘트루 마더스’도 빼어난 만듦새로 일찍감치 입소문을 타고 있다.

부산=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