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덕수궁 왕궁수문장 교대의식이 약 8개월 만에 재개됐다. 교대의식 뒤 수문군들이 궁 주변을 순찰하는 순라행렬의 경로가 요일별로 달라진다.
서울시는 지난 2월 1일 중단했던 덕수궁 왕궁수문장 교대의식과 순라행렬을 재개했다고 20일 밝혔다.
수문장 교대의식은 덕수궁 성문 주위를 순찰한 수문군이 궁성문을 수위하던 수문군과 교대하는 의식이다. 전통문화 체험기회를 제공하는 서울시 대표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1월 관람인원만 59만2584명에 이른다.
시민이 직접 북을 쳐서 수문장 교대의식의 시작을 알리는 ‘개식타고’ 체험도 재개된다. 단 관람객이 직접 수문장을 해보는 ‘나도 수문장’, 전통 옷을 입어보는 복식체험은 밀접접촉 위험이 높아 잠정 보류한다.
교대의식은 화요일~일요일(월요일 휴무) 1일 3회(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3시30분) 시행된다.
한편 순라행렬은 1일 1회(오전 11시 교대의식 후) 진행된다. 교대의식을 마친 수문군들이 덕수궁 주변을 순찰한다. 수장기(수문부대를 표시하는 깃발)와 순시기(순라 중임을 알리는 깃발)를 든 수문군들, 국악을 연주하는 취라척, 북으로 신호를 보내는 엄고수, 궁궐 수비를 책임지는 수문장과 부관인 참하 등 병력 30명이 나팔과 북소리에 맞춰 행진하는 모습이 장중하고 위엄 있다.
단조롭던 순라행렬의 경로가 다변화한다. 매번 같은 곳을 오갔던 기존 코스(대한문~서울광장, 대한문~숭례문~남대문시장)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로로 진행된다. 숭례문(화‧일), 광화문 광장(수), 서울로7017(목), 청계광장(금), 남대문 시장(토)이다. 대한문에서 각 장소까지 행렬한 뒤 취타대 연주를 선보이고 다시 복귀한다.
순라 구간 중 하나인 덕수궁 돌담 옆 정동길은 가을 단풍 명소로 유명하다. 주변 덕수궁 중명전과 서울시립미술관 역시 인기 관광지로 꼽힌다.
순라행렬에 앞서 도성 성곽을 수비하는 파수군들이 서로 교대하는 의식인 숭례문 파수의식도 숭례문 앞에서 재개됐다. 매주 화요일~일요일(월요일 휴무) 오전 11시40분 진행된다.
서울시는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행사장에 안전요원을 배치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운집인원을 모니터링한다. 수문장 교대의식 출연자는 매일 출근 때마다 체온 측정 뒤 행사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최대운집인원이 100명을 넘을 경우 현장상황에 따라 행사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유사시 코로나19 방역을 최우선시한다. 이번 교대의식과 순라행렬 재개는 앞서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조정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수문장 교대의식 등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이번 수문장 교대의식과 순라행렬이 온라인이 아닌 시민 직관 행사로 진행되는 만큼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