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의 기적…피랍 인니 소년, 12년만에 가족 찾았다

입력 2020-10-20 14:41 수정 2020-10-20 14:45
에르반(왼쪽)과 아버지 수파르노(오른쪽). 자카르타포스트

어렸을 때 납치됐던 17세 인도네시아 소년이 구글 지도의 ‘스트리트 뷰’ 기능을 통해 12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12일(현지시간) 자카르타포스트는 다섯 살 때 거리에서 납치됐던 에르반 안자스워로(17)가 구글 지도의 ‘스트리트 뷰’ 기능을 이용해 자신의 고향인 중부 자바 주 스라겐으로 돌아가게 된 운명적인 과정을 보도했다.

한 길거리 공연자는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어린 에르반을 속여 납치했다. 에르반은 납치범의 강요에 따라 2년간 납치범과 함께 거리에서 공연해야 했다.

유랑 공연 생활을 이어가던 중 서부 자바 주 보고르에서 경찰의 사이렌 소리를 들은 납치범은 에르반을 남겨두고 혼자 달아났다. 에르반은 위탁 가정에 맡겨졌다가 보호시설로 옮겨졌다.

구글 지도 '스트리트 뷰' 기능. 구글 지도 캡처

보호 시설에서 성장한 에르반은 직업 훈련을 받으면서 틈틈이 구글 지도를 이용해 납치되기 전 자신이 살던 곳을 찾았다. 특정 장소의 실제 모습을 360도로 볼 수 있는 구글의 ‘스트리트 뷰’를 통해 고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었다.

특히 그는 중부 자바에 있는 여러 전통 시장을 집중적으로 검색했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자주 다녔던 시장의 풍경을 선명히 기억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지도로 여러 곳을 검색하던 에르반은 자신의 기억 속 시장의 모습과 스라겐의 한 재래시장 모습이 완전히 일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이 직업훈련을 받고 있던 청소년 재활센터의 사회복지사에게 이 사실을 전했고, 사회복지사는 스라겐 지역에 에르반의 사연을 알렸다. 소식을 접한 에르반의 가족은 그에게 가족사진을 보냈고, 에르반은 12년 만에 가족과 재회하게 됐다.

에르반의 아버지 수파르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은 거의 포기했었지만 여전히 살아 있고 건강할 것이라는 희망은 품고 있었다”며 “아들을 지금까지 안전히 돌봐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김수련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