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시설 ‘나눔의집’에서 피해자 할머니들의 신상이 무단으로 공개된 사실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로 드러났다. 나눔의집 측이 할머니들의 요구를 거절하거나 부적절한 언행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인권위는 나눔의집 법인 이사장에게는 기관경고, 전직 소장 및 사무국장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유족과 협의해 익명처리 등의 조치를 취하고 특별인권교육 수강을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나눔의집 직원들은 지난 3월 인권위에 “나눔의집에서 생활하는 할머니들이 당시 소장과 사무국장에게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진정을 제기했다.
조사에 따르면 나눔의집 측은 신상 공개를 원하지 않는 80대 피해자 할머니의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신상을 공개해 왔다. 2017년에만 행사에 28회나 참석시켰는데, 이중에는 대통령이나 장관의 방문행사가 포함돼 있었다. 나눔의집 측은 할머니가 이들과 만나는 사진을 촬영해 자료집으로 발간해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보호시설에 입주한 피해자 할머니들의 요청을 수시로 거절해 온 사실도 드러났다. 한 피해자 할머니는 생전에 경복궁을 관람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나눔의집 직원들에게 여러 차례 말했다. 직원들이 법인 측에 건의하자 당시 사무국장이었던 A씨는 “할머니가 계속 나가자고 할 것”이라면서 “그래서 버릇이 나빠진다고 하는 거야”라며 요청을 거절했다. 이밖에도 나눔의집 증축공사 시 충분한 안내 없이 할머니들의 개인물품을 옮겨 훼손한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
피진정인인 전임 소장과 사무국장은 인권위 조사 도중 사임했다. 이들은 인권위 조사에서 “진정인의 주장이 사실에 비해 과장되고 왜곡됐다”면서 “진정을 제기한 직원들이 본인들의 잘못을 관리자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각자의 계기로 경험을 드러내는 것은 매우 공익적인 행위”라면서도 “본인의 경험이 알려질 경우 가족들에게 미칠 피해를 염려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가 보호돼야 한다”고 봤다. 또 “시설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 앞에서 피해자 할머니들을 두고 ‘버릇이 나빠진다’는 발언은 충분히 모욕적이고 사회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발언”이라고 판단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