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미국 인텔의 낸드 사업 부문 전체를 10조3000억원에 인수한다. 국내 M&A 사상 최대 규모다.
SK하이닉스는 이번 거래로 메모리 반도체 D램에 이어 낸드 부문에서도 글로벌 2위가 된다. 특히 인텔의 강점인 기업용 SSD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중립적이다. 메모리 반도체 포트폴리오 강화라는 점은 주가에 긍정적이지만 낸드 사업의 단기 흑자 전환이 어렵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본다는 분석이다. 최태원 SK 회장이 반도체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SK하이닉스는 20일 공정공시를 통해 미국 인텔사의 메모리 사업 부문인 낸드 부문을 90억달러(10조3104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양도 양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금액(80억달러)을 뛰어넘는다.
인수 부문은 인텔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사업 부문과 낸드 단품 및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 생산시설을 포함한 낸드 사업 부문 전체이며 차세대 메모리 분야인 인텔의 옵테인 사업부문은 인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SK하이닉스는 현재 D램 부문에 있어서는 삼성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낸드 부문은 글로벌 5위 수준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낸드시장 점유율은 삼성이 35.9%로 1위이며 SK하이닉스가 9.9%, 인텔이 9.5%를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인텔 인수를 마무리하면 낸드 시장 점유율은 약 20%에 달하게 돼 키옥시아(19%)를 제치고 삼성에 이어 글로벌 2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인텔의 강점인 기업용 SSD 시장에서는 삼성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2018년도에 CTF(Charge Trap Flash) 기반 96단 4D 낸드(2018년)를, 지난해에는 128단 4D 낸드 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낸드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다. 인텔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부문의 최강자로, SSD 기술력에서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인텔의 올해 상반기 낸드 부문의 매출액은 약 28억달러, 영업이익은 약 6억달러로 영업이익률이 21.4%였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 인텔의 솔루션 기술 및 생산 능력을 접목해 기업용 SSD 등 고부가가치 중심의 3D 낸드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이다. 인텔은 그동안 비주력이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메모리 사업 부문 정리를 추진해왔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은 이번 계약과 관련해 내년 말까지 주요 국가의 규제 승인을 얻을 계획이다. 규제 승인을 받으면 SK하이닉스는 우선 70억달러를 인텔측에 지급하고 인텔의 낸드 SSD 사업(SSD 관련 IP 및 인력 등)과 중국 다롄 공장 자산을 SK하이닉스로 이전하게 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