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거주하는 김모(33·여)씨는 아버지를 지난달 여읜 뒤로 불안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지병인 심부전에 더해 치매 증상까지 보인 김씨의 아버지는 지난 3월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6개월 동안 김씨는 아버지를 불과 세 번 만났다. 한 번은 방호복을 입은 채, 한 번은 유리 막을 가운데 둔 채였다.
코로나19 국내 발병 이후 요양병원과 요양시설들은 면회를 전면 제한하거나 비대면 면회 등으로 축소 시행하고 있다. 고위험군 다수가 밀집 생활하는 만큼 한 명이 걸리면 집단감염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기관에서 오랜 시간 머무른 치매 환자들에겐 면회 제한이 코로나19보다 더 야속했다. 김씨의 아버지도 그들 중 하나였다. 김씨는 “처음엔 코로나19 때문이란 걸 이해하던 아버지가 시간이 흐르며 점점 역정을 냈다”며 “간병인에게 심적 고통을 많이 호소했다더라”고 전했다.
이찬녕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 환자들은 감염병 상황을 설명해줘도 잘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가족이 더 이상 면회를 오지 않는 상황을 곧 자신이 버려졌다고 여길 수 있다”며 “면회 제한으로 인한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면회 제한으로 인한 고립감은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보이는 충동적·공격적 행동을 일컫는 ‘파국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중앙치매센터 관계자는 “망상이나 환시, 파국 행동 관련 상담 요청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매일 ‘집밥’을 싸들고 오던 가족들의 발길이 끊기자 아예 식사를 거부한 사례도 보고됐다.
환자들의 상태가 악화하자 가족들도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현실적 여건 등의 이유로 기관에 모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노모를 요양원에 모시고 있는 서모(54)씨는 “원래도 집에서 못 모시는 데 대한 죄책감이 있었는데, 면회까지 못 가니 엄마한테 더 미안하다”고 했다. 중앙치매센터 치매상담콜센터 관계자는 “환자와 오랜만에 영상통화를 했는데 너무 피폐해졌다고 울며 전화해오는 가족 분도 계셨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종식 시점을 내다보기 어려운 만큼 면회 제한을 보다 유연한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찬녕 교수는 “면회 제한 조치의 부작용이 지나치게 큰 상황”이라며 “PCR 음성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철저한 관리 하에 면회를 조금 더 풀어주는 것을 검토해볼만하다”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