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더 증폭될라… ‘코호트 격리’ 딜레마

입력 2020-10-20 10:42 수정 2020-10-20 19:5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장소를 ‘코호트(동일집단) 격리’하는 조치가 오히려 감염 피해를 키운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 공간에서 감염자들이 1명씩 철저히 분리돼 격리되지 않는 이상 오히려 바이러스를 더욱 키우고 환자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9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전일 대비 76명 늘어 총 확진자 수가 2만527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날 정오까지 서울 도봉구 다나병원과 관련해 격리자 중 2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확진자가 67명으로 늘었다. 경기도 광주 SRC재활병원과 관련한 확진자도 연일 늘고 있다. 전날 18명이 추가 확진된 데 이어 이날도 확진자가 8명 늘었다. 누적 확진자는 59명이다. 부산 해뜨락요양병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환자 12명, 간병인 2명 등 14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확진자가 73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병원은 모두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자마자 코호트 격리됐다. 코호트 격리는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병원,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감염이 발생하면 방역 당국이 취해오던 조치다. 지역사회로 추가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서지만 시설 안에 남아있는 환자들의 감염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물론 추가 확진되는 환자들은 첫 확진자(지표환자)가 파악되기 전 이미 전파가 이뤄졌던 사례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부분의 병원이 공간 부족으로 1인 1실의 격리 원칙을 철저히 지키기 어렵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공간 안에서 증폭될 위험이 크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이 발생한 병원을 코호트 격리한 채 1인 1실 격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바이러스가 배양돼 확진자가 연달아 나올 수밖에 없다”며 “방역적으로 어렵더라도 별도의 시설로 환자들을 빼내서 1인 1실 격리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1인 1실 격리 원칙만 지켜도 2주의 격리 기간 동안 애초에 바이러스가 없던 사람은 교차 감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코호트 격리된 병원에서 나온 사망자는 적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 숫자는 늘 수 있다. 김 교수는 “지금 당장은 사망자가 많이 없어도 2~3주가 지나면 사망자가 더 발생할지도 모른다”며 “병원에 있는 환자는 국가가 지켜야 할 최약자”라고 덧붙였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잠복기인) 14일이 지나고도 감염이 발생하는 경우는 시설 내부 감염도 일부 있다고 본다”며 “장기입원자와 다인실이 많기 때문에 집단감염으로 대량의 환자가 발생하면 1인 1실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긴 하다. 최대한 공공병원, 전담병원으로 분산시켜서 시설 내 감염 차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요양시설, 정신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코호트격리를 좀 더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1인 1실 격리를 할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하고 간병인, 요양보호사 등 인력 지원 방안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