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입양 글 20대 산모’ 딸, 출생 6일만에 보육시설로

입력 2020-10-19 23:23 수정 2020-10-19 23:24
지난 16일 제주지역 중고물품 거래 애플리케이션에 올라온 아이 입양 글. 캡쳐

중고물품 거래 애플리케이션에 자신이 3일 전 낳은 아이 입양 글을 올렸던 제주 20대 산모의 출생 아동이 19일 제주의 한 아동보육시설에 입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기관에 따르면 산모와 아이는 오는 24일까지 산후조리원에 머물 예정이었으나 입소 4일째인 이날 퇴소했다.

산모는 당초 조리원 퇴소 후 미혼모 시설에 머물기로 했던 일정을 바꿔 아이가 입양될 때까지 본가에서 아이와 함께 지내겠다고 했으나 아이를 엄마와 분리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경찰의 판단에 따라 보육시설 입소가 결정됐다.

산모는 지난 13일 출산 이후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인한 두려움으로 아이 양육에 여러 차례 마음을 바꾸는 등 혼란스러워했던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산모는 실제 출산일까지 임신 사실을 몰랐다 출산 이틀 전부터 산통을 느꼈고 지인 권유로 산부인과에 방문해 출산 당일에서야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해당 병원에서는 산모가 미혼모라는 사실을 알고 도내 한 미혼모 시설에 연락을 취했으나, 정작 산모가 이보다 먼저 상담을 요청한 곳은 입양시설이었다.

실제 산모는 입양 절차를 서둘러 진행하기 위해 중고 거래 앱에 입양 글을 올렸던 지난 16일 딸 아이의 출생신고도 마쳤다.

그러나 다음날인 17일에는 아이를 데리고 미혼모 시설에서 지내겠다고 결정을 번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설 관계자는 “산모와 아이의 입소를 앞두고 방을 꾸미고 함께 생활할 엄마들에게 미리 상황을 알렸으나 오늘 아이는 보육시설로 가게 됐다”며 “입양까지 기간이 있기 때문에 엄마가 결국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르겠다”고 조심스레 전했다.

이번 입양 글 논란으로 미혼모들의 출산 및 양육 여건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온라인 마켓에 아이 입양 글을 올린 미혼모 기사를 보고 너무 놀랐다”며 “한편으로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미혼모 보호와 지원 실태를 다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한부모 가정 등에 대한 지원 체계는 점차 보완되고 있지만 막상 임신 사실을 알게 되거나 혼자 출산을 하게 됐을 때 제때 촘촘한 지원을 받기란 쉽지 않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제주지역 미혼 한 부모 실태조사에서는 ‘주민센터에서 자세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는 의견이 다수 개진됐다.

제주 등 전국 미혼모 시설이 ‘위기 임신 긴급전화’(142237)를 개설해 운영 중이지만 홍보가 부족한 상황이다.

제주시에 따르면 한부모 가구의 경우 부모 등 부양의무자의 경제적 여건에 대한 제한 없이 해당 가구의 월 소득액인정액만으로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

2020년 기준 월소득인정액이 2인 기준 179만5000원 미만이면 한부모 가정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월소득인정액이 2인 기준 155만원 이하일 경우에는 자녀가 만 18세가 되는 전 달까지 월 20만원의 아동양육비가 추가 지원된다.

미혼모의 경우 도내 미혼모 시설에 도움을 요청하면 아이가 일정 나이가 되기 전까지 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지만 출산 후 심리적 공황에 대한 상담과 미래 설계에 대한 고민, 경제적 어려움에 극복하기 위한 자립 지원책이 더 촘촘하고 지속적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주변의 인식도 이들에겐 상처가 된다.

도내 한 미혼모 시설 관계자는 “사회보다 더 준비가 안 된 것이 우리들의 시선”이라며 “결혼이라는 제도 바깥에서 부모가 되었을 때, 무엇보다 가족과 주변인들이 미혼모의 결정을 지지하고 따뜻하게 감싸주려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