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미결수에 대한 학대와 고문, 성폭행이 자행되는 등 인권유린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19일 발간한 보고서 ‘북한 미결구금시설에서의 가혹 행위와 정당한 절차의 위반’에서 이같이 밝히고 북한의 미결구금 및 수사제도가 자의적이며 절차적 정당성도 부재하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한 전직 보안원(우리의 경찰 격)은 “수사와 예심 초기 단계에서 자백을 받아내야 한다”며 “규정에는 (미결수를) 절대 때리면 안 된다고 돼 있지만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때린다”고 증언했다. 이 보안원은 “수사가 종료된 후에도 나중에 범죄를 부인하거나 예심원한테 다시 자백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게 미쳤구나’ 하면서 구금자를 때린다”고 했다.
보고서에는 또 구금시설에서 여성에 대한 성희롱과 강간이 자행되고 있다는 탈북민의 증언도 실렸다.
함경북도에서 장사하다 2015년 탈북한 50대 여성 김모씨는 “구류장에서 담당 보위성 심문관에게 강간을 당했고, 또 다른 보안원이 심문하면서 몸을 만지고 옷 속으로 손을 넣었다”며 “(자신의) 운명이 그들의 손에 달렸기 때문에 저항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기독교인의 경우 다른 미결수보다 더욱 심한 가혹 행위를 당하고 있다.
함경북도에서 한약재를 밀수하다 2017년 북한을 빠져나온 30대 남성 김모씨는 “2000년 처음 밀수죄로 한 달간 보위성 시설에 갇혔는데, 조사를 받을 때마다 맞았다”며 “중국에 있는 기독교 선교사들과의 연계를 의심받았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특히 김씨는 “기독교인은 중대한 정치 사건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구타와 가혹 행위가 더욱 심했다”고 주장했다.
구금시설 위생 및 식량 문제도 심각했다. 보고서는 “모든 구금 경험자들은 구류장에서 비누와 옷, 이불 등 기본 물품을 전혀 제공되지 않았고 충분한 냉난방이나 수도시설이 없어 제대로 씻지 못했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2010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구금됐던 20대 탈북민 남성 박모씨는 “하루에 세 끼를 주는데, 으깨서 삶은 옥수수 조금 하고 콩 70g 정도를 주면서 ‘콩이 영양가가 높아서 병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나오는 음식만 먹고는 살 수가 없었다. 항상 배가 고팠다”고 했다.
보고서는 “(수감자가) 뇌물과 연줄이 있으면 혐의를 묵인하거나 축소하고, 수감 처우와 환경을 개선해주거나, 사건을 완전히 기각시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2014년 말 밀수 혐의로 구금된 40대 여성 임모씨는 노동당 중간급 당원인 남편의 인맥 덕에 구금 10일 만에 석방될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에 독립적이며 공정한 사법부를 수립하고 노동당과 최고지도자의 권력에 대해 실질적인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수 있게 법률과 헌법, 제도를 개혁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구금시설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과 성폭력 등 비인간적이고 모멸적인 처우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보고서는 2011년 이후 북한의 심문·구금시설을 경험한 탈북민 22명과 이들 시설에서 일했거나 관련이 있는 전직 북한 당국자 8명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됐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