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팬데믹 속에서도 신용등급 올랐다… 정부 지원금 때문

입력 2020-10-19 16:49 수정 2020-10-19 17:13
미 신용평가사 FICO가 조사한 미국인 평균 신용점수 변화 추이.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도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WSJ캡처

830만명 이상의 확진자를 내며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이 된 미국에서 국민들의 신용등급은 올해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신용평가사 FICO의 자료를 인용해 팬데믹 기간을 거치는 동안에도 미국인의 신용등급이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의 평균 신용점수는 지난해 10월 706점에서 지난 4월 708점으로, 올 10월에는 711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대규모 실업과 경제난 등에 직격을 맞은 미국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힘든 결과다.

WSJ는 이같은 상황의 원인으로 정부의 강력한 재정지원을 꼽았다. 재난지원금 등의 일회성 현금 지원과 충분한 실업수당 등 정부의 보조가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특히 이와 함께 주택담보대출, 학자금대출 등을 집행하는 기관들이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상황을 유예하거나 대출액 자체를 일부 감면해주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미국인들이 경제 위기를 신용 하락 없이 견디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면서도 “금융기관들에게는 리스크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골치 아픈 상황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대출 상환률과 평균 신용등급이 함께 하락해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지만 지금은 정부의 강력한 재정지원으로 상황이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FICO사는 신용카드 한도 대비 이용 금액과 납부 이력, 기대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용점수를 부여한다. 하지만 종합소득이나 실직 여부는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 직업이 없어도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거나 대출금을 연체하지 않는다면 신용점수는 하락하지 않는다. 실업급여를 수령해 전부 빚을 갚는데 쓰는 사람도 높은 신용점수를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WSJ는 이어 공화당과 민주당이 부양안 합의에 실패해 실업급여 등의 지급이 중단될 경우 신용등급이 급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튼 도른헬름 FICO 예측분석담당 부사장은 “신용점수는 상황이 발생하고 난 후에야 그 영향이 반영되는 ‘늦은 지표’”라며 “2009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경제난이 종료됐다고 평가된 9월로부터 한 달이 지난 10월에 이르러서야 신용점수가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거시적인 경제 변동이 일어나면 그 영향이 개인의 신용평가에 반영되기까지는 일정 기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도른헬름 부사장은 그러면서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이 영향이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서 늦게 나타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례없는 경기 악화로 인해 미국인들의 신용카드 의존성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WSJ는 코로나19로 인해 직업을 잃고 금전적 압박에 시달린 사람들이 신용카드 연체이자를 더 꼼꼼히 살펴보는 등 개인 재정 상황 관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