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낮췄더니 결국 2배 올라…‘로또청약’ 됐다

입력 2020-10-19 11:41 수정 2020-10-19 11:47
청약 예정자로 붐비는 한 견본주택 모습. 기사내용과 직접 관련은 없음. 뉴시스

집값을 안정화하기 위해 도입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고분양가 심사제도가 분양가만 일시적으로 낮출 뿐 이후 급상승해 오히려 ‘로또 청약’ 과열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HUG가 고분양가 심사를 받아 분양가를 낮춘 219개 단지 가운데 준공이 완료된 8개 단지의 시세를 조회한 결과 해당 단지 모두 분양가 대비 2배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8개 단지 중 한 곳인 보라매 SK VIEW는 2017년 5월 당시 평당 분양가가 1946만원이었으나 현재 시세는 4171만원까지 높아졌다. 분양가의 2.1배가 된 것이다.

서울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가 및 현재 시세 비교.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

8개 단지 중 상승률이 가장 낮은 방배 아트자이도 평당 3798만원에서 6007만원으로 1.6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도는 고분양가로 주택시장 과열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HUG 분양 보증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박근혜정부 시절이던 2016년 8월 강남, 서초 지역을 대상으로 처음 시작됐다.

그러나 제도 시행 초기부터 분양가를 낮춰 서민들의 분양 기회를 확보한다는 목적과 달리 로또 청약 과열을 낳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김 의원은 “과거 금융위기 당시 고분양된 아파트의 미분양으로 인해 HUG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분양 보증으로 2조3600억여원을 대위 변제한 경험이 있다”면서 “이 같은 손실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긴 하지만 (결과가) 로또 청약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7월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서울 25개구 중 18개구에서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는데 이 또한 로또 청약 우려가 있다”며 “청약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