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공직자 1862명 중 719명(38.6%)이 농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진 농지 총면적은 311㏊로 94만2000평, 가액 기준으로는 1392억원에 달한다. 평당 가액이 100만원 이상인 농지를 가진 중앙부처 고위공직자도 5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기 의혹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는 19일 경실련 강당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관할 고위공직자 1862명을 대상으로 농지 소유 실태(올해 3월 26일 기준)를 조사·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이 이번에 분석한 결과는 지난 3월 26일 기준 ‘정기재산변동사항공개’ 자료를 기초로 한 것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해당 조사 이후 취임, 퇴임이나 매매, 가액변동, 배우자와의 이혼 등에 의한 변경사항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내 농가 48%가 경지 없거나 0.5ha 미만인데…
경실련 분석에 따르면 조사 대상 공직자의 38.6%인 719명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었고, 그 가운데 중앙부처 고위공직자가 200명, 지방자치단체 공직자가 519명으로 나타났다.
719명이 소유한 전체 농지 면적은 311㏊이며 가액은 1360억원으로, 1인당 평균 1억9000만원 상당의 농지 0.43㏊를 가진 셈이다.
우리나라 농가 전체의 48%가 경작할 땅이 없어 남의 땅을 빌려 경작하거나 0.5㏊ 미만의 농지를 가진 상황을 고려할 때 고위공직자들이 소유한 농지 면적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면적 1㏊(1만㎡) 이상을 보유한 고위공직자는 모두 151명으로 중앙부처 소속 8명, 지방자치단체 소속 143명으로 나타났다.
중앙부처 고위공직자 중 가장 넓은 면적의 농지를 소유한 이는 김규태 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으로 1.3㏊를 소유했다. 김성근 전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0.9㏊), 강명수 산자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0.8㏊), 오종식 대통령비서실 연설기획비서관(0.7㏊) 등 순으로 조사됐다.
현행 농지법상 ‘상속으로 농지를 취득한 사람으로서 농업경영을 하지 아니하는 사람’이 소유할 수 있는 농지 상한 면적은 1만㎡다. 경실련은 현행법을 근거로 농지 1.3㏊를 소유한 김규태 전 실장의 경우 농지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윤순철 사무총장은 ”공직에 종사하며 농사를 지을 수 없음에도 고위공직자들이 농지를 재산증식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가짜 농부를 잡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당 100만원 넘는 농지 가진 고위공직자 5명 넘어
평당 가액이 100만원 이상인 농지를 가진 중앙부처 고위공직자도 5명이 넘었다. 박정열 전 문체부 국민소통실장(186만원), 박선호 제1차관(160만원), 채규하 전 공정위 사무처장(155만원) 등이다. 평당 가액이 높은 농지는 투기 의혹에서도 자유롭기 어렵다는 게 경실련 지적이다.
경실련은 “실제 경작을 하는 농민들이 가진 농지의 평균 평당 가격은 7만~8만원 수준이고, 15만원 이상 되면 농사 짓기 힘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평당 가액 100만원 이상의 농지소유는 땅값을 이용해 이득을 얻겠다는 투기심리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은 특히 박 차관이 소유한 과천 농지가 3기 신도시에 포함돼 이해 충돌 소지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경실련은 이와 관련 “농지의 공익적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를 금지하도록 농지법을 개정하고 실제 농사 여부, 겸직 문제 등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