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하라고 사택 무상제공했나…수출입은행 징계백태

입력 2020-10-19 10:28 수정 2020-10-19 10:40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 연합뉴스

사택에 살면서 캡투자로 주택을 매수하거나 재택근무 기간에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오는 등 수출입은행 직원들의 비도덕적 행태가 드러났다. 수출입은행은 징계를 받더라도 표창 경력이 있으면 수위를 감경할 수 있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어 징계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받은 ‘2020년 징계 내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직원들 가운데 업무와 관련 없는 사유로 받은 징계는 모두 10건이었다.

무주택자에게 제공하는 직원용 사택·합숙소에 살면서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구입)를 한 사례가 6건 적발됐고, 수석전문역(G1)과 별정직(책임연구원) 직원은 직장 내 성희롱으로 둘 다 정직 처분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재택근무 중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조사역(G3)은 견책 징계를 받았고, 부서 경비를 사적으로 유용한 직원도 있었다.


문제는 수출입은행이 ‘징계 포상 감경제도’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징계 대상자가 표창을 가진 경우 징계 수위를 낮출 수 있어 징계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게 유 의원의 지적이다. 실제 수출입은행 전 직원의 65%(1216명 중 793명)가 감경이 가능한 표창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G1, G2 직급은 표창 보유 비율이 직급 인원 대비 97∼99%에 달한다. 수출입은행 직원은 G1, G2, G3 등 세 등급으로 구성돼 있다.

유 의원은 “최근 5년간 현황을 보면 포상 감경을 받은 대상자들은 전부 고위직 간부였다. 감경받은 11건 중 9건은 징계가 아닌 주의촉구로 처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채권 공모발행의 주간사 선정 때 사전에 주간사를 선정한 다음 서류를 조작한 간부들을 감사원이 경징계 이상의 처분을 요구했지만, 포상 감경제도를 통해 징계가 아닌 주의촉구로 마무리했다”며 “제도가 간부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