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3일 대선을 앞둔 시점에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진영에서 ‘그녀를 감옥에 가둬라(Lock her up)’는 구호가 또다시 등장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구호는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지지자들이 ‘이메일 스캔들’에 휘말린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를 반대하며 외쳤던 것인데, 이번에는 민주당 소속인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가 표적이 됐다.
18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시간주 머스키곤 유세에서 “여러분은 주지사가 주를 다시 정상화하도록 해야 한다. 학교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휘트머 주지사를 겨냥했다. 그러자 유세장에 모인 청중은 “그녀를 감옥에 가둬라”고 연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 모두를 감옥에 가둬라”고 반응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휘트머 주지사의 강력한 주 봉쇄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휘트머 주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했다.
문제가 되는 건 휘트머 주지사는 최근 주지사 납치 음모 사건의 표적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7일 휘트머 주지사를 대선 직전 납치하려는 음모를 꾸민 혐의로 6명의 남성을 체포했다. 이들 가운데 1명은 200명의 남성을 모아 주정부 청사를 기습하자는 구상을 내놨다는 게 FBI 설명이다. 미시간주는 선거일에 투표소 인근에서 총기를 휴대해선 안 된다는 금지령까지 발표할 정도로 선거 당일 투표 방해나 물리적 충돌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당장 휘트머 주지사는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는 분명히 나와 가족, 다른 공무원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언사”라며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날 NBC방송에 출연해 “(납치음모가 터진 지 10일 후에 나온 대통령의 행동은) 국내 테러행위를 선동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ABC방송에서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말이 매우 무겁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정치적 대화에서, 특히 여성 주지사와 가족에 관해 ‘공포 전략’을 주입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번 구호 논란이 대수롭지 않거나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는 CNN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휘트머 주지사 협박을 선동하기 위해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며 “그는 단지 유세에서 흥겨워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주지사의 봉쇄 정책에) 분노한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은 유세장에 있었고 이는 재미였고 가벼운 분위기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휘트머 주지사 협박을 자극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엄호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