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만과 마주한 남동부 해안 기지에 사정거리 2500㎞의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둥펑(DF)-17’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대만 공격을 염두에 두고 해안 무장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 군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인민해방군(PLA)이 남동부 해안 군사기지에 배치됐던 둥펑-11과 둥펑-15를 둥펑-17로 교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중국 국경절 열병식 때 처음 등장한 둥펑-17은 사정거리 2500㎞의 최신형 탄도미사일이다. 군 소식통은 “신형 미사일은 사거리가 길고 목표물을 더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매체 칸와디펜스리뷰의 안드레이 창 편집장은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토대로 “중국 푸젠성과 광둥성의 모든 로켓 미사일 여단이 완전 무장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부전구와 동부전구의 일부 미사일 기지는 최근 들어 규모가 두 배가량 확대됐다”며 “중국군이 대만을 겨냥한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창 편집장은 또 중국군이 대만 공군의 어떠한 공격도 즉각 막을 수 있는 러시아산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대만의 독립 움직임을 대하는 중국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13일 광둥성 차오저우시 있는 해군 소속 육전대(해병대) 부대를 방문해 “전쟁 준비에 전념하라”고 지시했다. 시 주석 집권 이후 진행된 대대적인 군 개편 과정에서 유일하게 규모가 확대된 해병대는 13개 여단 중 10개 여단이 현재 남동부 해안에 주둔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이 최근 대만 간첩단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도 대만 공격을 위한 여론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주 대만 분리주의 세력을 향해 “전쟁이 일어나면 대만 독립 때문”이라고 경고하면서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는 표현을 썼다. 이 표현은 중국에서 군사작전 개시 직전 하던 최고수위의 경고문이다. 1962년 중국·인도 국경 전쟁, 1978년 중국·베트남 전쟁 직전 중국 관영매체에 등장했다.
중국은 대만을 무력통일할 수 있는 근거를 법에 명시해놨다. 2005년 제정된 중국의 반분열국가법 8조는 대만 분리주의 세력이 독립을 야기하는 행동을 했을 때,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중대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평화통일 가능성이 전혀 없을 때 비평화적 방식으로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한다고 규정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대만 분리주의 세력과 그들을 지원하는 미국이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으려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만 우자오셰 외교부장(장관)은 최근 인도 언론 인터뷰에서 대만을 수차례 국가로 칭하며 미국·일본·인도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우 부장은 “많은 국가가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이 있고 중국이 대만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진실이 아니다”며 “중국과 대만은 별개”라고 말했다.
인도 주재 중국대사관은 즉각 항의 성명을 내 “인도 매체가 대만 독립을 옹호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도발을 가했다”고 반발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인도 정부를 향해 “대만 문제는 중국과 국경 갈등을 빚고 있는 인도가 협상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고 경고했다.
미국에선 중국이 미국 대선을 계기로 대만 침공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6일 애스턴연구소 행사에서 “중국이 현재 대만을 침공할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미래에 군사 공격이나 비군사적 방법을 통해 대만을 고립시킬 가능성에 대비해 스스로를 방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