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역사교사 사뮤엘 프티(47)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샤를리 에브도’ 만평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가 잔혹하게 참수되자 만행에 맞선 용기와 연대의 목소리가 퍼져나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중등교사노조는 “많은 교사가 슬픔에 빠져있지만, 위축되지 않겠다”며 언론의 자유를 계속 가르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장-르미 지라르 중등교사노조 위원장은 “21세기에, 그것도 거리 한복판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가르쳤다는 이유로 참수당했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며 “우리 교사들은 표현의 자유를 계속 가르칠 것이며, 다루기 힘든 주제라고 해서 피하지 않고 학생들의 비판 정신을 독려하고 누구에게나 반대할 권리가 있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프티는 이달 초 수업시간에 ‘언론의 자유’를 설명하며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보여줬다. 그는 지난 16일 파리 북서쪽 근교의 이블린주 콩플랑 생토노린 학교 주변 거리에서 잔혹하게 참수당한 채 발견됐다. 이후 체첸 출신으로 알려진 18세 용의자가 사건 현장에서 쿠란 구절을 외쳤다는 목격자 증언이 이어졌다. “신은 가장 위대하다”라는 뜻을 지닌 문구였다.
끔찍한 참수 사건에 프랑스는 발칵 뒤집혔다. 시민들은 프티의 학교 앞에서 추모 의미를 담은 흰색 장미를 헌화하는 동시에 분노했다. ‘나는 교사다’ ‘나는 사뮤엘이다’고 적힌 플래카드도 등장했다. 5년 전 샤를리 에브도 총기 테러 당시 규탄시위 구호였던 ‘나는 샤를리다’를 되살린 것이다. 프티가 가르친 학생인 마르샬(16)은 “선생님은 자신의 직업을 사랑했다. 그는 우리에게 진짜를 가르치려 했다”고 추모했다. 학생 뷔르지니(15)는 “선생님은 매년 샤를리 에브도 총기 테러 이후 자유에 관한 토론의 일환으로 만평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을 비롯해 리옹, 툴루즈, 스트라스부르, 낭트, 마르세유, 릴과 보르도에서 일제히 집회를 열 예정이다. 장미셸 블롱케어 교육부 장관도 프랑스2 방송에서 “우리가 집결하고 연대하고 국가적 화합을 보여주는 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지지자 참여를 촉구했다. 레퓌블리크 광장에서는 5년 전 샤를리 에브도 테러에 항의하는 규탄시위가 열렸었다. 당시 집회에는 150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1월 샤를리 에브도는 무함마드를 만평 소재로 삼았다가 총기 테러의 표적이 됐다. 당시 이슬람교도인 사이드, 셰리크 쿠아치 형제가 편집국에 난입하며 총기를 난사해 12명이 숨졌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