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교사, 무함마드 만평 교재로 썼다가 참수… “그래도 표현 자유 가르칠 것”

입력 2020-10-18 17:30 수정 2020-10-18 17:35
10대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참수당한 프랑스 중학교 교사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 AFP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에서 중학교 교사가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수업 교재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10대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거리에서 참수당하는 참극이 일어났다. 12명의 희생자를 낳았던 2015년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또다시 종교를 명분으로 한 참담한 피살 사건이 재연된 것이다.

AFP통신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오후 5시쯤 프랑스 파리 북서쪽 근교의 콩플랑 생토노린의 한 거리에서 중학교 교사 사뮤엘 프티(47)가 목이 잘린 시신으로 발견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범인은 범행을 저지른 뒤 “알라는 위대하다”는 뜻을 지닌 쿠란 구절을 외쳤다. 출동한 경찰은 범인이 흉기를 내려놓으라는 명령에 불응하자 9발의 총격을 가해 사살했다.

역사 교사인 프티는 지난 5일 수업 중 학생들에게 언론의 자유를 가르치다가 시사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토론 주제로 제시했다. 샤를리 에브도가 2006년 게재한 이 만평은 무함마드를 모욕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이슬람권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2015년에는 이슬람 극단주의 영향을 받은 이민자 형제가 샤를리 에브도 본사를 급습해 총기를 난사, 12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대량 살상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프티는 수업 당시 만평을 보여주기 전 이슬람교 학생들에게 손을 들게 하고 교실을 떠나도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함마드에 대한 묘사 자체가 금기시되는 이슬람 문화 특성상 불쾌감을 느낄 수 있으니 원한다면 잠시 나가있어도 된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논란의 만평을 수업교재로 쓴 것에 대해 거세게 항의했다. 이들은 학교 측에 프티의 해임을 요구하고 경찰에도 그를 고소했다. 프티 역시 명예훼손으로 이들을 맞고소하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한 학부모는 유튜브에 “무함마드가 모욕을 당했다”며 프티의 신상을 공개했다. 이후 학교로 프티의 신변을 위협하는 연락이 이어졌다. 협박받던 프티는 사건 당일 평소 다니던 숲길이 아닌 주택가 길로 퇴근했으나 변고를 피할 수 없었다.

사건의 배후가 있는지 여부는 아직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이해갈등 당사자도 아닌 유튜브에서 프티의 신상을 본 제3자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일상으로 스며든 테러에 대한 공포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체첸 난민 출신인 범인은 올해 18세인 압둘라크 안조로프로 당초 경찰의 위험인물 리스트에도 없는 인물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범인은 하교하는 학생들에게 물어 파티가 누구인지를 알아냈고 퇴근하는 그를 뒤쫓아 잔인하게 살해했다. 그는 목이 잘린 프티의 시신을 사진 찍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기까지 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일 파리에서 샤를리 에브도 테러 관련 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벌어졌다. 재판 시작 당일 샤를리 에브도는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다시 실은 잡지를 발행했고, 20여일 뒤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 근처에서 2명이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샤를리 에브도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높아진 상황에서 프티 피살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프랑스 대테러검찰청은 이번 사건을 테러 조직과 연계된 살인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경찰은 사건 직후 안조로프의 부모 등 가족 4명을 체포한 데 이어 17일 프티에게 소송을 제기한 학부모 등 6명을 추가 구금했다.

교사들은 굴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교육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장레미 지라르 프랑스 중등교사노조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많은 교사가 슬픔에 빠져있지만 위축되지 않겠다”며 “우리들은 표현의 자유를 계속 가르르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21일 파티의 죽음을 애도하는 국가적 추도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