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계약한 제품, 와디즈에서 판다…크라우드 펀딩에 몰리는 소비자들

입력 2020-10-18 17:13
이마트가 지난 1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선보인 이태리 스니커즈 '세티'는 약 3443만원이 모이면서 펀딩에 성공했다. 와디즈 화면 갈무리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유통업계에서 빠른 배송은 ‘기본기’가 됐다. 익일배송, 새벽배송을 넘어 당일배송까지 등장했는데 한편에서는 ‘기다려야 받을 수 있는’ 방식의 크라우드 펀딩도 확산되고 있다. 이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는 물론이고 식품·의류업계까지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종종 활용하고 있다.

이마트는 홍콩의 음향기기 업체 리맥스의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판매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마트가 들여온 해외 제품을 이마트나 이마트 계열사가 아니라 제3의 유통 채널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이미 제작된 제품을 판매하는 기존의 유통 방식과 조금 다르다. 업체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 제품의 개발 과정부터 특징과 장점 등을 자세하게 소개하면 다수의 소비자가 기금을 투자하고, 목표 금액이 모이면 제품 생산에 들어간다. 선(先) 판매, 후(後) 제작 방식을 거쳐 제품 유통이 이뤄지는 것이다. 제품 제작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배송이 완료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빠른 배송에 익숙해져 있는 소비자들을 상대로 크라우드 펀딩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성공담이 적잖다. 이마트가 크라우드 펀딩 제품을 내놓은 건 올해로 세 번째인데 두 번 모두 크게 성공했다.

지난 1월말 이태리 빈티지 스니커즈 ‘세티’를 와디즈에 내놨을 때는 펀딩건수 282건, 달성률 1147%를 올렸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차박 텐트 ‘네이피어’를 펀딩했는데 펀딩건수 295건, 달성률 3024%를 기록했다.

이마트가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던 두 제품 모두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것으로 희소성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번 리맥스의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도 해외 직접구매로만 거래되고 있다. 이마트는 리맥스와 직접 계약하면서 직구로 샀을 때보다 30%가량 가격을 낮췄다.

이마트 관계자는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새로운 유통방식을 통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품성이 뛰어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선보인 게 유효했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탄탄한 제품 소싱 능력으로 ‘팔릴 만한’ 제품을 좋은 가격으로 들여오자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매번 좋은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가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한 리맥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이마트 제공


식품업계와 의류업계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신제품 첫선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달 28일부터 ‘올반 인생 왕교자 웻에이징 소고기’와 ‘올반 인생 왕교자 저온숙성 묵은지 김치’를 와디즈에 내놨다. 펀딩은 18일 오후 4시 기준 달성률 443%를 기록했다. 목표금액이 1000만원이었는데 펀딩 종료를 하루 앞두고 4430만원 이상 모였다.

동원F&B는 펫푸드 전문 브랜드 ‘뉴트리플랜’의 반려견 수제 간식 ‘고메트릿’을 출시하기 전 와디즈에서 먼저 선보였다. 달성률 759%를 기록하면서 성공적으로 제품 출시를 진행할 수 있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검증된 스테디셀러 못잖게 구하기 힘든 신제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며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신제품을 출시하는 사례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 블랙야크, 한세엠케이 등 의류업체들도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 중이다. 이랜드 주얼리 브랜드 오에스티는 스마트워치를 처음 출시하면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카카오 메이커스에 제품을 내놨다. 블랙야크는 트레킹화 ‘트래블러’를 와디즈에 펀딩했고, 한세엠케이 앤듀는 세계자연기금(WWF)과 협업한 리텍스 타일 제품을 와디즈에 내놨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