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벗은 이재명, 거대여당 리더 이낙연, 이제부터 진검승부

입력 2020-10-18 16:42 수정 2020-10-18 18:00

이재명 경기지사가 파기환송심 무죄 판결로 1년 10개월만에 사법 족쇄에서 벗어나면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권 진검 승부를 벌이게 됐다. 실사구시의 이 지사, 국난 극복을 앞세운 이 대표 사이에서 지지층 민심도 요동치고 있다.

이 지사는 앞으로 정책 발언과 성과로 승부를 내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 대표는 이번 정기 국회에서 입법·개혁 과제를 완수해 정부 성공을 견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지사는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들께서 인정해주는 핵심적인 이유는 도민의 삶을 바꾸는 실질적인 성과를 냈다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선이든 도정을 계속하든 앞으로도 길은 ‘뭘 맡겨도 일은 잘한다’는 판단을 들게 하는 것 딱 하나”라고 말했다.

이 지사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 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는 이 대표를 거의 따라잡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내 이 대표 선호도는 36%, 이 지사는 31%를 기록했다. 8개월 전인 지난 2월 이 대표가 52% 과반지지를 확보한 반면 이 지사는 4%에 그쳤던 점을 보면 괄목할만한 성장세다(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일각에서는 ‘사이다 발언’에 대한 호감으로 평가하지만 이 지사는 이는 지나간 향수에 불과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흔히 사이다 발언이라고 표현하는 건 지난 촛불 혁명 당시에서 유효한 평가”라며 “지금은 발언보다는 행정 실적에 중심을 두고 있다. 앞으로도 도정을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측은 지금은 조급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지사로서 이 지사의 역할과 거대 여당을 이끄는 이 대표의 역할 자체가 체급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 측근은 “이 지사는 이슈마다 정책 대응에 나서기 쉽지만 이 대표는 국가적 과제들을 완수하기 위한 지난하고 어려운 작업을 이끌고 있다”며 “국정감사가 끝나면 다가 올 입법의 시간에 공정경제 3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등 여러 입법 과제 등을 마무리하는 데 진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국민 피부에 와 닿는 정치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는 문재인정부 후반 복잡한 정부의 부담을 완화하고, 코로나19 등 국난 극복을 지원해야 한다”며 “지금은 작은 국면에 불과하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진정한 지도자가 누구인지 평가하는 시간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대선 경선은 당원과 일반선거인이 동등하게 1표를 행사한다. 현재까지 이 지사는 일반선거인, 이 대표는 권리당원 민심에서 각각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긴급재난지원금 논란을 비롯해 코로나19 속 정국을 뒤흔들 이슈들이 즐비하고 누구도 친문의 적자를 자임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언제든 판세가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