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환불원정대’(만옥·천옥·은비·실비)가 가요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전날 데뷔 무대에서 신인답지 않은(?) 노련미와 파격적인 매너를 선보이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천옥(이효리)의 농담에서 시작된 환불원정대는 김태호 PD의 세계관과 만나 확장했고, 프로그램의 성장에 개입하기를 바라는 지금의 능동적인 시청자의 취향을 관통했다.
닐슨코리아 18일 발표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MBC ‘놀면 뭐하니?’는 13.3%(2부 수도권 기준)를 기록했다. 동시간대 1위는 물론, 토요일 전체 예능 프로그램 중 1위다. 특히 광고 관계자의 주요 지표이자 채널 경쟁력을 가늠하는 2049 시청률은 10.4%(2부 수도권 기준)를 기록하면서 역시 토요일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제작자 지미유(유재석)가 기획한 환불원정대의 ‘DON'T TOUCH ME’(돈 터치 미) 데뷔 무대가 17일 ‘쇼! 음악중심’에서 진행됐다. 환불원정대는 블랙 핫팬츠 의상을 입고 강렬하게 등장해 폭발적인 무대 매너를 선보이며 주어진 시간을 꽉 채웠다.
이날 방송된 ‘놀면 뭐하니?’에는 환불원정대의 과정이 담겼다. 신박기획의 지미유와 김지섭(김종민), 정봉원(정재형)은 환불원정대를 지원하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멤버 만옥(엄정화), 천옥(이효리), 은비(제시), 실비(화사)는 스타일과 안무를 준비하며 땀을 흘렸다. 특히 지미유의 살신성인(?)이 화제다. 의상 컨셉 회의에 과감한 바디슈트 의상이 등장하자 멤버들은 “대표가 먼저 모범을 보이라”고 요구했고, 지미유가 이를 수락했다. 그는 치명적인 뒤태를 자랑하며 ‘눈누난나’ 안무까지 추는 투혼을 펼쳤다. 지미유를 보고 용기를 얻은 환불원정대는 “아무거나 안 입는다”고 거부하다 “뭐든지 다 입겠다”며 마음가짐을 바꿨다.
리더 천옥의 활약도 빛났다. 매니저 김지섭의 생일을 세심하게 챙겼고, 연습 시간에는 즉석 안무를 만들거나 아낌없는 호응을 선사했다. 그는 스타일링 회의에서도 각각 어울리는 의상을 골라주며 살뜰하게 챙겼다. 사실 환불원정대는 천옥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멤버들은 천옥을 향해 고마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천옥의 농담에서 시작된 환불원정대는 김태호 PD의 세계관과 만나 확장했다. 앞서 그는 “각각의 캐릭터가 공존하다 서로 섞이기도 하는 유니버스를 지향한다”고 말한 적 있다. 영화 마블 시리즈에서 그려졌던 캐릭터 세계관을 예능에 접목하겠다는 의지였다.
김 PD의 세계관은 ‘놀면 뭐하니?’에 고스란히 담겼다. 유재석 한 명을 놓고 실험적인 성격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본캐(본캐릭터) 유재석은 여러 부캐(부캐릭터)를 만났다. 유산슬, 유플래쉬, 닭터유…. 여기서 나아간 게 지난 여름을 강타한 혼성그룹 ‘싹쓰리’다. 가수 이효리와 비가 캐릭터쇼에 합류하면서 각각 린다G와 비룡이라는 부캐를 얻었다. 유재석 혼자 하던 캐릭터쇼가 점차 넓어지면서 여러 캐릭터와 뒤섞이게 된 것이다.
유재석에서 시작돼 이효리로 넘어간 김 PD의 세계관은 다시 환불원정대로 펼쳐졌다. 이효리가 매개가 돼 엄정화, 제시, 화사를 모았고 여기에 김종민과 정재형도 새로운 캐릭터를 얻어 합류했다.
이런 캐릭터쇼는 시청자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지금의 대중은 제작자에 의해 잘 짜인 콘텐츠를 단순 소비하는 것을 지루해한다. 프로그램의 성장에 한층 더 개입하기를 원하고 있다. 아이돌 팬덤이 형성된 배경과 같은 원리다. 엠넷의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성공 비결도 이같은 ‘개입’이 촉매가 됐다.
지속적인 소통과 의견 반영이 핵심이다. ‘싹쓰리’의 경우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통해 멤버들의 예명과 팀명을 정했었다. 시청자는 능동적인 개입을 통해 출연자나 방송에 대한 각별한 연대감을 갖게 되고, 이는 인기의 발판이 되고 있다. 김 PD는 이런 지점을 정확히 공략해 시청자와 함께 성장하는 그룹을 연달아 두 팀을 공개했다. 김 PD의 세계관은 시청자가 함께 몰입해야 완성되는 셈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