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버린게 아냐” 44년만에 찾은 딸과 ‘언택트 상봉’

입력 2020-10-18 15:50
44년 전 실종돼 미국으로 입양된 가족을 찾은 이응순(어머니)씨가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찰청 실종자 가족 지원센터에서 윤상애(미국명 데니스 맥카티)씨와 화상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로 생사조차 몰랐던 가족이 44년 만에 화상으로 재회했다. 어머니는 화면 속 딸을 향해 “예쁜 우리 딸. 빨리 만나자. 널 만나니까 너무 좋다”고 되뇌며 줄곧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찰청 실종자 가족지원센터에서 장기실종자 가족의 ‘언택트 상봉’이 진행됐다. 44년 만에 잃어버린 딸 윤상애(47)씨를 화상으로 만난 어머니 이응순(78)씨는 재회의 기쁨에 울먹였다.

쌍둥이 언니 윤상희씨, 오빠 윤상명씨도 동생과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44년 전 실종돼 미국으로 입양된 가족을 찾은 이응순(어머니), 윤상희(언니), 윤상명(오빠)가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찰청 실종자 가족 지원센터에서 윤상애(미국명 데니스 맥카티)씨와 화상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애씨는 3살 때 1976년 외할머니와 함께 남대문시장으로 외출했다가 실종됐다.

어머니 이응순씨는 “쌍둥이 둘을 데리고 다니기 어려워 친정어머니에게 맡겼다. 어머니가 지방에서 와 서울 지리를 잘 몰라 아이를 잃어버리고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가족들은 상애씨의 사진을 들고 서울 소재 보육원을 찾아다니고, 실종 아동 광고를 내는 등 갖은 방법으로 수소문을 했다. 20년 전엔 KBS ‘아침마당’에도 출연했지만 상애씨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남대문 시장에서 상애씨를 잃어버렸던 어머니는 40년 넘게 남대문 시장에서 한복 장사를 했다. 오빠 상명씨도 시장에 복권방을 열었다. 혹시나 상애씨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이었다.

가족들은 화면 속 상애씨를 향해 “널 잃어버린 곳을 40년 넘게 뱅뱅 돌면서 장사를 했어. 언제나 지나가는 사람마다 너인가 하고 쳐다봤어”라고 말했다. 쌍둥이 언니 상희씨도 “우리 절대 너 버린 거 아냐. 널 항상 찾고 있었어. 매일매일 널 찾았어”라고 말하며 그간의 그리움을 전했다.

44년 전 실종돼 미국으로 입양된 가족을 찾은 이응순(어머니), 윤상희(언니)씨가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찰청 실종자 가족 지원센터에서 윤상애(미국명 데니스 맥카티)씨와 화상통화를 하며 실종당시 자료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응순씨 가족의 ‘언택트 상봉’은 경찰청·외교부·보건복지부 등 정부 관계부처가 올해부터 시행한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 찾기’ 제도를 통한 첫 상봉 사례다. 해외에 있는 재외공관을 통한 유전자 채취가 가능해지면서 윤씨와 같은 해외 입양인이 국내 입국하지 않고도 가족을 찾을 수 있게 됐다.

미국 보스턴 총영사관에서 딸 상애씨 유전자 채취가 이뤄졌고, 최근 응순씨 친딸이라는 것이 최종 확인됐다.

딸 상애씨는 “2주 전 결과를 받았을 때 사기인 줄 알았다. 진짜라는 걸 알게 된 뒤 기쁨에 압도됐다”며 “어렸을 때 아파서 병원에 버려진 줄 알았는데 쌍둥이 언니, 오빠 엄마가 있는 줄 알고 놀랐고 기뻤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으로 직접 만날 수 없었지만, 가족은 우선 생사가 확인된 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직접 상봉할 예정이다.

어머니 응순씨는 “만나니 너무 좋다. 내 소원 이제 다 풀었다”며 “피자, 불고기, 비빔밥 등 좋아하는 것을 다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딸 상애씨도 “한국에 가 가족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꼭 안아보고 싶다”고 답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더 많은 해외 입양 동포들이 현지 재외공관을 통해 쉽고 편하게 친부모 등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수련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