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기금 문 두드리는 항공사들…‘고금리’인데도 울며 겨자먹기

입력 2020-10-18 15:30 수정 2020-10-18 15:33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이 이달 내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할 예정이다. 연 7%대 고금리 대출이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유동성 문제가 갈수록 악화하자 ‘울며 겨자 먹기’로 은행 문을 두드리는 모습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달 중으로 기안기금을 신청하기 위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세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원 신청 규모는 약 1조원으로 추정된다.

업계선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한 대한항공이 연말까지 기안기금 신청을 미룰 거라고 봐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여객 수요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추가 지원 요청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원화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의 갈등으로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이 미뤄지는 것도 유동성 문제 악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15일 기안기금 운용심의위가 열리기 전 지원을 신청할 예정이었던 제주항공은 일정을 바꿔 이주 내 기안기금을 신청하기로 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회계법인 실사는 완료했으나 유관부서에서 필요한 자금 규모를 아직 논의 중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운용심의위에선 제주항공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의 실사 결과가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부산은 현재 추진 중인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기안기금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7%대라는 기안기금의 높은 금리가 되레 비용 증가로 이어져 장기적인 수익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유럽, 미국 등 해외를 보면 항공업계에 긴급자금을 대출해줄 때 적용하는 금리가 3%를 넘는 경우가 없다”며 “반면 기안기금은 상환 기간이 짧고 대출금리가 너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이 제때 이뤄지는 게 가장 중요한 만큼 기안기금 대상 선정 기준 등 제도 전반을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안기금 신청 요건이 안 되는 나머지 저비용항공사(LCC)들은 고용유지지원금이 끊길 예정인 이달 말~올해 말 ‘보릿고개’를 버티기 위해 무급휴직, 화물 운송 등으로 각자도생에 나섰다.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기내 화물 운송 사업을 승인받은 티웨이항공은 다음 달 초 베트남 호찌민 노선부터 화물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