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붙었다” 20대 여성 몸에 불 붙인 무속인 실형

입력 2020-10-18 15:13
국민일보 DB

귀신을 쫓아주겠다며 몸에 불을 붙이는 등 가혹행위에 가까운 주술의식을 하다가 20대 여성을 숨지게 한 무속인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김성주 부장판사)는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44세 남성 무속인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15일부터 나흘 동안 전북 익산시 모현동 아파트와 충남 서천군의 한 유원지 등에서 주술의식을 하다가 20대 여성 B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오랫 동안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B씨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이런 주술의식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몸에 뱀 귀신이 붙어있다”면서 B씨 손발을 묶고 불을 붙였다. B씨는 얼굴과 가슴, 팔에 2도 이상의 화상을 입었지만 “그만하라”는 외침에도 주술의식은 계속 됐다.

A씨는 ‘귀신에게 밥과 물을 줘서는 안된다’면서 B씨에게 음식물을 주지 않거나 옷을 태운 연기를 마시게 했다. 고통을 호소하다 B씨는 의식을 잃었고, 같은 달 18일 오전 10시쯤 탈수와 흡입화상(화재 시 고온의 열기나 유독가스를 흡입하여 발생한 손상) 등으로 사망했다.

법정에 선 A씨는 “반성한다. 하지만 B씨 아버지 등의 부탁으로 퇴마의식을 한 것이다.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치료행위라고 볼 수 없는 속칭 퇴마의식으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피고인의 범행은 그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주술의식을 의뢰하고 방치한 피해자 아버지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A씨와 검사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자,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없음에도 비합리적 방법으로 퇴마의식을 하다가 피해자가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하도록 한 점, 피자 유족과 합의에 이르지도 못한 점 등을 종합 감안할 때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 항소를 기각했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