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민간분양 신혼 특공 비싼데도 20·30대가 싹쓸이

입력 2020-10-18 13:09

최근 2년여 동안 대구에서 평당 1900만원 이상 민간 분양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당첨자 중 90%이상이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단지들의 경우 고액의 분양가로 인해 당첨이 되더라도 집값 마련이 쉽지 않은 곳임을 감안하면 소득은 적지만 재산은 많은 20·30대가 해당 물량을 대거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국토교통부가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국토교통위원회·사진)에게 제출한 ‘대구 민영분양 신혼특공 당첨자 현황’에 따르면 2018~2020년 3.3㎡당 분양가 1900만원 이상(대구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 1510만원) 10개 단지 신혼특공 당첨자 613명 중 30대가 492명(80.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대 또한 72명(11.7%)이나 됐다.

3.3㎡당 분양가 2000만원 이상의 분양단지의 신혼특공 또한 당첨자 209명 중 30대가 168명(80.4%), 20대가 23명(11.0%)이였다. 고가분양 10곳 중 9곳의 신혼특공을 20·30대가 가져간 것이다. 특히 해당 단지들의 경우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는 적게 책정된 소위 ‘로또 분양’이 대다수였다. 평당가 1900만원 이상에 분양한 단지 10개 단지 중 7곳이 3.3㎡당 500여만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기대됐다.

신혼특공의 성격상 통상 20·30세대의 당첨비율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격요건 상 혼인 7년 이내에 무주택이며 월평균 소득이 도시근로자가구의 120%로(3인 가구 기준 월 650여만원) 고가분양주택의 매입자금을 소득만으로 마련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규제강화로 인해 대출 또한 여의치 않다.

결국 소득은 적지만 기본 현금 자산이 많거나 ‘부모찬스’를 활용할 수 있는 특정계층의 접근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공공분양 신혼특공의 경우 자산 2억여원 이하라는 기준이 있는 반면 민영분양은 신혼특공에 있어 정부가 자산 기준을 두고 있지 않다.

김상훈 의원은 “저소득층을 위한 신혼특공이 자칫 지역 청년의 자산 양극화를 가속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정말 집이 필요한 청년 및 신혼부부에게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정부는 해당 기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